뜨거울 염(火-4)서늘할 량(水-8)세상 세(一-4)형편 태(心-10)
위나라 사자가 설 땅에 가서 맹상군을 초빙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제나라 민왕과 신하들은 모두 맹상군이 제나라를 떠날까 두려워졌다. 민왕은 곧바로 太傅(태부)에게 황금 1000근과 화려한 사두마차 두 대 따위를 주어 맹상군에게 전하게 했다.
"과인이 복이 없어 종묘에서 내린 재앙을 입고 아첨하는 신하들에게 빠져 그대에게 죄를 지었소. 과인은 능력이 모자란 자이니, 부디 그대는 선왕의 종묘를 생각해서 돌아와 온 백성을 다스려주기 바라오."
그러자 풍훤은 맹상군에게 이렇게 일깨워주었다.
"먼저 설 땅에 宗廟(종묘)를 세우고 선왕들의 祭器(제기)를 옮기고 싶다고 청하십시오."
군주라도 종묘가 있는 곳은 함부로 침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설 땅에 종묘를 세우면 맹상군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진다. 이윽고 종묘가 완성되자 풍훤이 맹상군에게 말했다.
"이제야 세 개의 굴이 완성되었습니다. 주군은 이제 베개를 높이 베고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제나라 왕이 다시 맹상군을 불러들여 재상 자리에 앉히자, 그 전에 맹상군을 떠났던 빈객들이 다시 찾아오려 했다. 풍훤과 함께 수레를 타고 가던 맹상군이 크게 한숨을 쉬며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언제나 빈객을 좋아하여 그들을 대접하는 데 실수가 없도록 했고, 그 덕분에 빈객들이 3000명이나 되었던 것은 선생도 아시는 일이오. 그런데 내가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하루아침에 그들은 모두 나를 버리고 떠났소. 이제 선생의 힘으로 다시 재상 자리를 되찾았는데, 저들 빈객들이 무슨 면목으로 나를 볼 수 있겠소? 만약 나를 다시 보겠다는 자가 있다면, 나는 그 얼굴에 침을 뱉어 크게 모욕하겠소이다!"
炎凉世態(염량세태)라는 말이 있다. 더울 때는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추우면 옷을 잔뜩 껴입는 게 인심이라는 뜻으로,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며 따르다가 권세를 잃으면 떠나버리는 세태를 비유한 말이다. 이른바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행태를 빈객들이 보여준 셈이고, 맹상군은 그런 빈객들의 행태에 넌더리가 난 것이다.
맹상군의 말을 들은 풍훤은 수레에서 곧바로 내려와 고삐를 매어 놓고 절을 했다. 맹상군도 수레에서 내려와 마주 절을 하고는 말했다.
"선생께서 빈객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이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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