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83> 趙奢

bindol 2021. 6. 5. 05:33

성 조(走-7)넉넉할 사(大-9)

 

자식에 대한 어미의 사랑과 아비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똑같을 수 없고,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어미가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지금도 여전히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전국시대 趙(조)나라는 전국칠웅 가운데 하나로, 武靈王(무령왕, 기원전 325∼299 재위) 때 기마병을 도입하면서 세력을 떨쳤다. 그러나 무령왕이 아들 惠文王(혜문왕, 기원전 298∼266년 재위)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主父(주부)라 자칭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혜문왕과 공자 章(장) 사이에 후계 다툼이 일어나 무령왕이 유폐되어 굶어죽는 분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동쪽으로 진출하려고 늘 조나라를 압박하던 秦(진)나라에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다행히 지략과 달변의 정치가 藺相如(인상여), 백전노장의 용장인 廉頗(염파), 馬服君(마복군) 趙奢(조사) 등 유능하고 현명한 신하들이 있어서 진나라의 공세를 막아내며 버틸 수 있었다.

여기서는 특히 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조사는 본래 조세 징수를 맡은 관리였다. 그가 처음 명성을 떨친 것은 당시 왕에 버금가는 권세를 누리고 있던 平原君(평원군)의 집에서 세금을 내지 않자 법에 따라 그 집에서 일을 보는 사람 아홉 명을 죽인 일에서였다. 평원군은 자신을 하찮게 본다며 화가 나서 조사를 죽이려 했는데, 조사가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조나라의 왕족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집에서 나라에 바치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내버려둔다면, 국법이 손상될 것입니다. 국법이 손상되면 나라가 약해질 것이고, 나라가 약해지면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올 것이니, 조나라는 멸망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어떻게 부귀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 같은 분이 국법이 정한 대로 의무를 다하면 위아래가 공평해지고, 위아래가 공평해지면 나라가 강해지고, 나라가 강해지면 조나라는 굳건해질 것입니다. 당신은 왕족인데, 누가 하찮게 보겠습니까?”

평원군은 조사가 현명한 인물임을 알고 왕에게 추천했고, 왕은 조사에게 세금의 관리를 맡겼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