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부(肉-11)받을 수(又-6)의 지(丿-3)하소연할 소(心-10)
군자는 늘 소인을 경계한다. 그 자신이 소인이 될까 삼가고 삼가기 때문에 소인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보고 피한다.
그러나 소인도 만만치 않은 존재다. 특히 간교한 소인은 군자도 조심해야 할 무서운 존재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군자가 소인을 이긴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소인으로 말미암아 군자가 궁지에 몰려서 곤경에 처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심지가 굳지 못한 부인이나 어리석은 자식이라면 간교한 소인의 꾐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논어’ ‘顔淵(안연)’편을 보면, 子張(자장)이 공자에게 ‘밝음’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가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침윤지참, 부수지소, 불행언, 가위명야이의)”라고 대답한 것이 나온다. “차츰차츰 젖어드는 헐뜯음, 살갗에 와닿는 하소연 따위가 통하지 않는다면, 밝다고 할 만하다”라는 뜻이다. 헐뜯는 말이나 하소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밝은 지혜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맹자가 말한 不動心(부동심)을 지녀야 비로소 벼슬살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려 때 庾應圭(유응규)는 행실이 곧고 야무졌다. 南京(남경, 지금의 楊州)의 판관으로 갔을 때, 청렴하고 고결하게 公事(공사)를 처리했다.
그의 아내가 해산한 뒤에 젖멍울이 심했는데도 오직 나물국만 먹었다. 그래서 한 아전이 몰래 꿩 두 마리를 바쳤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남편이 평소에 남의 선물을 받지 않았는데, 어찌 내 입과 배를 위해 남편의 맑은 덕에 누를 끼치겠느냐!”
아전이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
淸陰(청음) 金尙憲(김상헌)이 벼슬살이하면서 청렴했다. 어느 관인이 자기 아내가 뇌물을 받아 비방을 듣고 있음을 걱정하자, 김공이 일러주었다. “부인의 하소연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으면 비방이 그칠 것이네.”
그 관인이 크게 깨닫고는 그 말대로 했다. 그러자 그 부인이 늘 김공을 욕했다고 한다.
“저 늙은이가 저만 청백리가 되면 그만이지, 왜 남까지 본받게 해서 나를 이리도 고생시키는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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