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할 여(臼 - 7)백성 민(氏 - 1)즐거워할 락(木 - 11)
맹자는 군주 홀로 즐거워하는 것도 소수의 지배층 사람들만 즐거워하는 것도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그러한 즐거움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즐거움이고, 그런 정치는 ‘그들만’의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으로는 결코 왕실과 나라, 가문을 보존하기 어렵다. 민심을 헤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與衆樂(여중락), 즉 민중과 더불어 즐거워야만 비로소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여겼다.
부산에 지명이 민락동(民樂洞)인 곳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어찌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는 유교적 사유나 전통이 그만큼 널리 또 깊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 ‘민락’의 출처가 맹자의 말이기 때문이다. 與衆樂(여중락)의 다른 표현이 ‘與民樂(여민락)’이다. 백성과 함께 즐거워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정치 구호인가!
조선조 世宗(세종)은 탁월한 음악가이기도 했는데,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의 사설 일부를 가져와서 선율에 맞추어 노래하는 악곡도 지었다. 그 제목이 ‘여민락’이다. 비록 조선 왕조의 정당성과 태조 이성계의 위업을 알린다는 의도를 깔고 있지만, 백성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위한다는 왕도 정치의 이념을 분명하게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궁중에서만 연주되고 즐겼다고 하는데, 당연하다. 음악을 들으며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사람들은 바로 왕과 신하들이지, 백성들은 아니지 않은가.
여민락은 복지가 무엇이며, 복지가 정치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긴요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여민락은 정치의 시작이요 궁극이다. 홀로 된 노인과 고아 등 곤궁한 처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도 똑같이 그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은 왕도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서도 필연적이고 우선적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무상급식 논란의 경우, 얼핏 예산의 문제로 첨예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이기주의에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물론 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복지 정책을 적절하게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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