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내릴 복(示-9)복 지(示-4)이룰 성(戈-3)늘일 장(長-0)
복지 문제가 사회 전체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이미 재정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보다도 통념이나 인식의 문제가 더 크다. 복지나 분배에 치중하는 정책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그런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福祉(복지)와 成長(성장)을 반대 또는 대립 개념으로 보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다.
정치나 통치에서 삼가야 할 것은 그 어떤 일도 반대개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얼핏 반대로 보이는 것도 그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흑백이나 좌우는 모두 상대적인 개념일 뿐, 대립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반대개념이 결코 아니다. 太極(태극)의 陰陽(음양)처럼 서로 꼬여 있어서 때로는 서로 보완하고 때로는 서로 배척한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과 견해들이 얽히고설켜 존재하는 현실에서 반대 개념으로 사물이나 사태를 본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정치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반대개념으로 바라보는 일은 삼가야 한다.
복지나 재정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토피아가 실현된 세상이 아니라면, 복지 정책은 늘 필요하다. 정치가 백성을 살리고 잘 살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재정적으로 파산한 상태가 아니라면, 최소한의 복지 정책을 실행할 여력은 있다. ‘대학’ 첫머리에서 “앞서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잘 알면 길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안의 先後(선후)와 輕重(경중)을 정밀하게 따져서 판단하는 능력도, 백성을 위하는 마음도 없음을 뜻한다. 내가 아끼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백성을 살리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백성이 그 정치를 믿고 따르겠는가? 그런 정치를 하는 군주나 관리에게 누가 마음을 주겠는가? “군자에게는 곱자처럼 바로 재는 길이 있다”는 말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측은지심과 시비지심 따위 이치에 맞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어진 마음, 올바른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난제를 해결하거나 곤경을 헤쳐 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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