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9> 嬴縮爲寶

bindol 2021. 6. 6. 05:05

뻗을 영(女-13)줄어들 축(糸-11)될 위(爪-8)보배 보(宀-17)

 

본래 上帝(상제)는 은나라 곧 商(상)나라 군주들이 섬기던 지고한 존재였다. 당연히 은나라와 그 군주를 지켜줄 것으로 믿어졌다. 그러나 폭군 紂王(주왕)이 포악한 정치를 하면서 상제의 뜻을 거슬렀다. 그 결과 상제는 은나라를 버리고 새롭게 주나라를 선택했다. 이것이 13-1(238회)의 시에 담긴 뜻이다. 물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상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나라를 대신한 주나라의 군주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天命(천명)’을 내세웠다.

천명은 군주가 백성을 아끼고 위하는 정치를 펴면 상제든 누구든 지고한 존재가 계속해서 지지해줄 것이고, 군주가 사사로이 탐욕을 부리며 그릇된 정치를 편다면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이다. 만약 천명이 바뀌었다면, 천명이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民心(민심)이다. 백성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면 된다. 백성의 마음을 얻은 자가 곧 천심을 받은 자이니, 그가 천명을 받은 자다.

그런데 시에서 말한 ‘높고 큰 명’은 단순히 지고한 존재의 명령을 뜻하지 않는다. 시에서는 본래 그런 의미로 쓰였겠으나, ‘대학’에서는 만물의 존재 원리와 천하를 다스리는 이치, 역사의 추세와 변천 따위를 집약한 말로 쓰였다. 그리하여 덕이 있는 자, 곧 군자라면 그러한 원리와 이치를 잘 꿰뚫고 역사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백성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얻는 정치를 펴야 한다. 이를 위해 큰 공부, 크나큰 배움을 강조하는 것이 ‘대학’의 본뜻이다.

정치에서 시세와 형세를 파악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는 ‘관자’의 ‘勢(세)’에 자세하게 나온다. “成功之道, 嬴縮爲寶. 毋亡天極, 究數而止. 事若未成, 毋改其形, 毋失其始, 靜民觀時, 待令而起. 故曰: ‘修陰陽之從, 而道天地之常.’ 嬴嬴縮縮, 因而爲當; 死死生生, 因天地之形. 天地形之, 聖人成之. 小取者小利, 大取者大利, 盡行之者有天下.”(성공지도, 영축위보. 무망천극, 구수이지. 사약미성, 무개기형, 무실기시, 정민관시, 대령이기. 고왈: ‘수음양지종, 이도천지지상.’ 영영축축, 인이위당; 사사생생, 인천지지형. 천지형지, 성인성지. 소취자소리, 대취자대리, 진행지자유천하.)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