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43> 千人血萬姓膏

bindol 2021. 6. 6. 05:09

- 일천 천(十-1)사람 인(人-0)피 혈(血-0)일만 만(艸-9)겨레 성(女-5)기름 고(肉-10)

 

흔히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요 權不十年(권불십년)이라 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듯이 권세도 10년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과 위없는 권세를 가졌더라도 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망하게 무너진다.

권력이나 권세는 제 잇속을 차리고 남에게 모진 짓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또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더없이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전제되어 있다. 이를 간과하고서 제 마음대로 휘두르다가 제 목숨 하나 잃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일이다. 심하면 일족이 몰살당하고, 더 심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거나 망하는 지경에 이른다. 부덕한 자의 권력과 권세는 양날의 칼과 같다.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덕이 바탕이 되지 않은 권력과 권세는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부덕한 군주나 관리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자신들만 즐기려 하는 데 있다. 권력과 권세가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긴다. 큰 착각이다. 백성들의 노고가 바로 자신들의 이익과 즐거움의 바탕인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과 권세를 마구 휘두르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다.

판소리 <춘향가>에서 이 도령이 과거에 급제한 뒤, 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왔을 때다. 사또 생일이라고 대단한 잔치가 벌어졌다. 진수성찬은 말할 것도 없고 기생들은 춤추고, 광대들은 재주넘고, 가객들은 흥을 돋우는 노래를 불러댔다. 그 와중에 불청객으로 잔치자리에 끼어든 어사는 몇 잔 술 받아먹고는 七言絶句(칠언절구) 한 수를 척 지어서는 그 자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寃聲高.”(금준미주천인혈, 옥반가효만성고. 촉루락시민루락, 가성고처원성고)

금 술통의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맛 난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에 백성들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드높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