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53> 敬寶愛器

bindol 2021. 6. 7. 05:23

공경할 경(攴-9)보배 보(宀-17)아낄 애(心-9)그릇 기(口-13)

 

군주나 귀족은 그 차림새나 행세부터 남다르다. 진기한 노리개를 차고 화려한 수레를 타고 다니는 것은 높은 신분을 드러내고 위세를 부리기 위해서다. 신분에는 그에 걸맞은 직분과 책무가 엄연히 있음에도 대부분의 통치자나 정치가들은 태생적으로 자신들이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권세를 누리며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백성을 한낱 노예나 마소와 다름없는 존재로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왕손어는 달랐다.

왕손어는 뛰어난 인재뿐만 아니라 나라의 갖가지 자원까지 보배로 간주했다. 백성을 먹이고 입히며 편안하게 하려면 나라가 부강해야 하는데, 자원이 풍부할수록 유리하다. 가장 중요한 생산물은 곡식이니, 수재와 가뭄으로 흉년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시에는 벽옥이 수재와 가뭄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고 여겼으므로 보배로 삼았다. 쇠는 농기구와 병장기의 재료였으므로 당연히 보배였다.

왕손어는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유지와 존속에 긴요한 인재와 자원을 보배로 여겼을 뿐, 귀족들이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차는 노리개 따위는 무용지물로 간주했다. 어쩌면 이렇게 진정한 보배가 무엇인지, 통치나 정치에서 보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왕손어 그리고 그의 언행이야말로 초나라의 진정한 보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순자’ ‘大略(대략)’에서 말했다. “口能言之, 身能行之, 國寶也; 口不能言, 身能行之, 國器也; 口能言之, 身不能行, 國用也; 口言善, 身行惡, 國妖也. 治國者, 敬其寶, 愛其器, 任其用, 除其妖.”(구능언지, 신능행지, 국보야; 구불능언, 신능행지, 국기야; 구능언지, 신불능행, 국용야; 구언선, 신행악, 국요야. 치국자, 경기보, 애기기, 임기용, 제기요)

“말을 잘하고 몸소 실행하는 사람은 나라의 보배다.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몸소 실행하는 사람은 나라의 그릇이다. 말은 잘하지만 몸소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나라의 도구다. 말은 착하게 하면서 몸은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나라의 요물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보배를 공경하고 그 그릇을 아끼며 그 도구에게 맡기고 그 요물을 없애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