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을 생(生-0)재화 재(貝-3)있을 유(月-2)클 대(大-0)길 도(辵-9)
이제 15-1이다.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者疾, 用之者舒, 則財恒足矣.”(생재유대도, 생지자중, 식지자과, 위지자질, 용지자서, 즉재항족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에는 크나큰 도가 있다. 생산하는 자가 많고 먹는 자가 적으며 일하는 데에 빠르고 쓰는 데에 느리면, 재화는 늘 넉넉하리라.”
疾(질)은 빠르다, 힘쓰다는 뜻이다. 舒(서)는 천천히, 느리다는 뜻이다.
흔히 유가라고 하면 인의도덕이나 외치고 백성의 물질생활에는 관심이 없었던 학파로 여기는데, 이는 성리학의 폐해가 빚어낸 오해다. 누구보다 인의에 입각한 정치를 외친 맹자도 ‘산 사람을 먹여 살리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낼 때 섭섭함이 없는 것’이 왕도의 시작이라 했다. 즉, 백성이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을 먼저 마련해주어야만 인의를 펼 수 있다는 뜻이다. ‘순자’에는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 ‘富國(부국)’편이 있다. 그러니 유가가 경제 문제 또는 재화의 생산 문제를 간과했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백성 없이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성의 삶을 지탱해주는 경제력을 갖추는 일이 정치의 첫 번째 과제가 된다.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면서 그 끄트머리에 <貨殖列傳(화식열전)>을 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군주가 있고 갖가지 예법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더라도 경제적 토대가 확고하지 않으면 통치나 정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자’ ‘治國(치국)’에서도 이 경제 문제를 우선으로 여기며 말했다. “凡治國之道, 必先富民. 民富則易治也, 民貧則難治也. 奚以知其然也? 民富則安鄕重家, 安鄕重家則敬上畏罪, 敬上畏罪則易治也. 民貧則危鄕輕家, 危鄕輕家則敢陵上犯禁, 陵上犯禁則難治也. 故治國常富, 而亂國常貧. 是以善爲國者, 必先富民, 然後治之.”(범치국지도, 필선부민. 민부즉이치야, 민빈즉난치야. 해이지기연야? 민부즉안향중가, 안향중가즉경상외죄, 경상외죄즉이치야. 민빈즉위향경가, 위향경가즉감능상범금, 능상범금즉난치야. 고치국상부, 이난국상빈. 시이선위국자, 필선부민, 연후치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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