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7> 必先富民

bindol 2021. 6. 7. 05:52

반드시 필(心-1)먼저 선(-4)가멸 부(-9)백성 민(氏-1)

 

‘관자’ ‘치국’의 글(276회)을 풀면 이렇다.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이 부유하면 다스리기 쉽고, 백성이 가난하면 다스리기 어렵다. 어떻게 그런 줄 아는가? 백성이 부유하면 마을을 편안하게 여기고 집안을 중시하며, 마을을 편안하게 여기고 집안을 중시하면 윗사람을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하며, 윗사람을 공경하고 죄를 두려워하면 다스리기 쉽다. 백성이 가난하면 마을을 위태롭게 여기고 집안을 경시하며, 마을을 위태롭게 여기고 집안을 경시하면 감히 윗사람을 능멸하고 금령을 어기며, 윗사람을 능멸하고 금령을 어기면 다스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잘 다스린 나라는 늘 부유하고, 어지러운 나라는 늘 가난하다. 이런 까닭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하니, 그런 뒤에야 다스린다.”

치국의 방략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으로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는 ‘富民(부민)’을 말하고 있다.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백성은 이로움이 있어야 오고 해로움이 있으면 떠나며, 부유하게 해주면 다스려지고 가난하게 내버려 두면 어지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물이 흘러 강과 바다로 모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전국시대에 각 제후국들이 한결같이 富國(부국)을 지향하면서도 간과한 것이 이것이다. 즉, 나라가 부유해져야 한다고 여겼지, 백성을 부유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은 것이다. 사실 나라의 곳간만 가득하고 백성은 가난하다면, 이는 군주나 귀족들이 호의호식하려고 백성을 착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당시 백성들이 군주를 원망하거나 나라를 떠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必先富民(필선부민)’ 즉 반드시 백성들을 먼저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

부국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부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민이 되면 부국이 된다. 부민이 근본이라는 말이다. 관중은 부국을 추구하면서 그 근본은 富民(부민)에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했으므로 제나라가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나라가 부유하고 백성도 부유해지는 길은 무엇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