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 이(人-3)몸 신(身-0)일으킬 발(癶-7)재물 재(貝-3)
사람에게는 그 몸이 다른 어떤 재물보다 귀하다. 그럼에도 이를 잊고서 재물을 붙좇느라 제 몸을 잊는 이들이 적지 않다. 所有欲(소유욕) 때문이다. 사실 사람은 제 몸조차 소유할 수 없다. 늙어가는 것도 막지 못하고 병이라도 들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무너지기도 한다. 제 몸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재물이나 명예, 권력 따위 제 몸 밖에 있는 것을 어찌 마음먹은 대로 소유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소유욕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도리어 그 욕심에 사로잡혀서는 가장 귀한 제 몸조차 위태롭게 하거나 망가뜨린다. “不仁者以身發財”(불인자이신발재) 곧 “어질지 못한 자는 몸으로써 재물을 일으킨다”는 말은 어질지 못한 자, 어리석은 자는 제 몸을 잊고 제 몸을 위태롭게 하면서 재물을 얻으려 집착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어진 이는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소유할 수 없다는 이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진 이는 재물 따위는 그저 사용할 때만 가치가 있을 뿐이며 소유로서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사람에게는 所有權(소유권)이 없고 오로지 使用權(사용권)만이 주어진다는 이치를 터득한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재물을 굳이 소유하려고 집착하지 않으며, 제 몸을 지키고 돌보는 데 알맞게 이용할 따름이다. 그것이 “仁者以財發身”(인자이재발신) 곧 “어진 이는 재물로써 몸을 일으킨다”는 말의 속뜻이다.
‘논어’ ‘里仁(리인)’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 “군자는 올바름에 밝고, 소인은 이끗에 밝다.”
군자는 사람을 대할 때나 일을 처리할 때 늘 올바름을 기준으로 삼지만, 소인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따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자는 이익에 대해서 좀체 말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후대의 유학자들도 늘 어짊과 올바름을 강조하며 德治(덕치)를 주장했다.
그 때문에 유가의 정치에서는 마치 이익을 중시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짊과 올바름으로 지향하는 바가 천하의, 공공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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