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실(宀-11)일 사(亅-7) 구할 구(水-2) 옳을 시(日-5)
근대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이어지면서 자본주의가 발달하여 이른바 경제학의 시대로 불린다. 그런데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다만, 경제의 어떤 부문이 중시되었느냐, 경제의 규모나 정책의 수준이 어떠했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근대보다 중세가, 중세보다 고대가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관자’의 경제에 관한 인식이나 통찰, 정책 결정과 수준은 참으로 놀랍다. 오늘날의 경제 정책에 뒤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조선 시대에 이른바 사대부들은 ‘관자’와 같은 고전을 백안시하고 道學(도학)을 운운하며 당파 싸움에 혈안이 되었다. 오직 농업 진흥만이 최선인 것처럼 여겼고, 상공업의 융성이 국부에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다. 그러니 과연 민생이 어떠했겠는가? 정치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뒤늦게나마 북학파 학자들이 관중처럼 實事求是(실사구시)를 앞세우며 상업과 공업을 발전시키고 유통망을 확충하며 여러 나라와 통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마저 외면당했다. 오히려 아전들의 부정과 관리들의 부패, 조정의 무능으로 말미암아 田政(전정)·軍政(군정)·還政(환정)이 극도로 문란해져 민란이 일어나기에 이르렀으니, 어찌 쇠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음은 15-2다. “仁者以財發身, 不仁者以身發財. 未有上好仁而下不好義者也, 未有好義其事不終者也, 未有府庫財非其財者也.”(인자이재발신, 불인자이신발재. 미유상호인이하불호의자야, 미유호의기사불종자야, 미유부고재비기재자야)
“어진 이는 재물로써 몸을 일으키고, 어질지 못한 자는 몸으로써 재물을 일으킨다. 윗사람이 어짊을 좋아하는데도 아랫사람들이 올바름을 좋아하지 않는 일은 아직 없었고, 올바름을 좋아하면서 제가 맡은 일을 매조지지 못한 자 아직 없었으며, 곳집의 재물이 그 군주의 재물이 아니었던 적이 아직 없었다.”
發(발)은 起(기)와 같으며, 일으키다, 일어나다는 뜻이다. 府(부)는 문서나 재화를 넣어 두는 곳집이고, 庫(고)는 무기를 넣어 두는 곳집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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