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9> M과 천 : 다가올 새 1000년?

bindol 2021. 6. 25. 04:51

왕년에 X세대가 있었다. 미지수처럼 도무지 그 특징을 알 수 없다는, 1970년 무렵에 태어난 세대다. 그 다음에 Y세대가 있었다. 이어 서 Z세대다. Z는 N세대의 N이 네티즌을 뜻하는 것처럼 특정한 뜻이 있는 이니셜이 아니다. 그냥 X와 Y 다음의 신세대다. 요즘은 MZ세대라 불린다. 새로운 천년(Millennium)인 2001년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엄 Z세대다. 1960년에 태어나 베이비붐 세대인 필자는 MZ세대들은 물론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끼고 사는 코로나 세대들과 함께 기원후 세 번째에 해당하는 천년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또 무슨 세대가 등장할까.

‘어느 천년에?’란 말은 어찌 하(何)를 쓰는 하세월(何歲月)과 뜻이 같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 가능성 없이 요원(遙遠)하다는 뜻이다. 천년약속이나 천년사랑에서처럼 천년은 영구 영원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약속이나 사랑이다. 천년만년에서 뒤의 만년은 앞의 천년에 따라 붙은 접미어다. 천년 만으로도 엄청나게 긴 세월이다. 성경에도 해석이 난해한 천년왕국이 나온다. 바다에서 천년을 살고 산에서 천년을 산 뱀은 용이 된다는 해천산천(海千山千)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그런 용과 같은 사람은 산전수전(山戰水戰)을 다 겪어 세상물정에 닳고닳아 약삭빠른 사람이거나 대단히 세련된 지적 인간일 것이다.

그렇게나 그다지도 길고 긴 첫 번째 천 년의 첫 해인 AD 1년엔 예수(Jesus Christ)께서 태어나셨다. 그 이전인 BC(Before Christ)와 주님의 해(Anno Domini)인 기원(紀元)의 기원(起源)이다. 두 번째 천년의 첫 해인 1001년엔 바이킹족이 북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 갔다 왔다. 대서양 건너 남아메리카로 건너간 콜럼버스보다 491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세 번째 천년의 첫 해인 2001년은 시작부터 흉흉했다. 전대미문의 9·11 테러가 벌어졌다. 그 유래가 없는 인류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대단히 엄청나고 끔찍한 사건이었다. 네 번째 천년의 첫 해인 3001년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야말로 초스피드 시대에 일년 앞은 가물거리고 십년 앞도 모르겠고 백년 앞도 아득한데 천년 앞은 까마득하다. 인류의 생존 여부 자체가 아예 불확실하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두 번째 즈믄이 끝나는 해는 2000년이고, 세 번째 즈믄이 시작하는 해는 2001년이다. 2001년에 태어난 즈믄동이처럼 3001년에 즈믄동이가 태어날 수 있을까.

순우리말로 십(10)이 열, 백(100)이 온이듯이 천(1000)은 즈믄이다. 지금 사는 방식 그대로 살아 간다면 네 번째 즈믄 때는 인간없는 지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팔팔한 46억 년 지구 역사는 여전히 이어지겠지만 길어야 고작 200만 년이나 20만 년인 인류의 역사는 끊길 수 있다. 2억여 년 가까이 생존했던 공룡보다 훨씬 짧게. 공룡은 운석 충돌로 멸종했다. 인류 멸종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있지만 혜성 충돌이나 우주인 침공 등 외부 변수보다 인간이 자초한 자충수로 인해 자멸한다는 시나리오가 맞을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인류를 위하여 이제 인문학을 넘는 인문생태학 차원에서 숙고하며 판단할 때다. 사람 중심의 인간주의와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 너머 생태주의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이를 인생 방향으로 삼으며 사는 E세대가 나타날 수 있을까. 생태(Eco)를 생각하며 생태적 삶을 살아 가는 세대 말이다. 이 연재 칼럼이 E세대의 생태적 삶을 위한 지침이길 바란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