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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3] 올림픽이 ‘五輪’이 된 사연

bindol 2021. 6. 25. 05:17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3] 올림픽이 ‘五輪’이 된 사연

신상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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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공식 아트 포스터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금년도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올림픽은 한국에서 ‘오륜(五輪)’이라고 불린다. 하(동)계 오륜, 오륜기(旗) 등 대회명은 물론 오륜동, 오륜대교 등 지명으로도 낯설지 않다. 올림픽을 오륜으로 표기하는 것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올림픽 게임을 ‘아오린피커윈둥후이(奧林匹克運動會)’로 표기한다. 올림픽을 오륜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오륜이라는 명칭이 탄생한 사연은 이렇다. 올림픽의 가타가나 표기인 ‘オリンピック’는 6문자나 되어 기사 제목으로 쓸 경우 지면을 많이 차지한다. 지면 절약에 고심하던 요미우리신문사의 가와모토 노부마사(川本信正) 기자는 올림픽 심벌인 다섯 개의 링에 착안하여 1936년 7월 25일 자 기사에 오륜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하였고, 이후 다른 언론사들이 이를 따라 함으로써 오륜이라는 단어가 일상어로 정착하게 되었다.

 

훗날 IOC 위원을 지낸 가와모토 기자는 후일담에서 기사 작성 당시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가 지었다는 병법서 ‘오륜서(五輪書)’에 대한 글을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오륜서의 오륜은 불교에서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로 여겨지는 ‘땅·물·불·바람·하늘’을 의미한다. 쿠베르탱이 세계인의 화합을 상징하기 위해 고안한 다섯 개의 링에 동양의 종교적 뉘앙스가 가미된 셈이니 더욱 의미심장하다.

 

근대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맨십을 통한 건전한 경쟁, 인류의 화합을 추구한다. 국가·인종 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스포츠 제전으로 구상된 올림픽이지만, 지금의 한·일 관계에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되는 듯하다. 적성국이나 할 법한 보이콧 주장을 유력 정치인들이 공공연히 제기하는 현실은 양국 관계가 갈등을 넘어 적대를 우려해야 할 수준임을 보여준다. 올림픽이 오륜 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며 감동을 선사하는 친선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