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90] 간사한 자의 言行

bindol 2021. 6. 30. 06:21

[이한우의 간신열전] [90] 간사한 자의 言行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군자는 말로 다른 사람을 이끌고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금하게 한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끝을 헤아리고 행동할 때는 반드시 그 폐단을 살핀다면 백성들도 말을 신중히 하고 행동을 신중히 할 것이다.”

‘예기(禮記)’라는 책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 군자란 고위 관리를 말한다. 즉 고위 공직자라면 말을 할 때는 그 말에 따른 결과를 미리 생각하면서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고,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생각하면서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미 ‘논어’에서 ‘말은 신중히 하고 일은 주도면밀하게 하라’고 했다. 그럴 때라야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서 관리를 믿고 임금을 믿고 나라를 믿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 사이에 믿음이 생겨나지 않으니 그리 되면 나라도, 임금도 설 수가 없다. 그게 유명한 공자의 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깊은 의미다.

 

이 정부, 그것도 청와대 사람들의 거짓말은 신물이 날 정도다. 27일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반부패비서관을 경질했다고 한다. ‘흑석’ 김의겸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얼마 전까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던 청와대다.

이처럼 딴 나라 청와대 같은 행태는 이철희 정무수석의 언행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불과 몇 달 전 그는 정무수석에 임명되면서 “4·7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려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 수석이 얼마 전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미디어 아트 작가 문준용씨에 대해 “특혜가 아니다”라며 “준용씨는 미디어아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이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말을 했다. “‘노'라고 안 해도 좋으니 그냥 입 다물고 있으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