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윤인현의 한시(漢詩) 기행] (3) 귀향의 의미

bindol 2021. 7. 25. 04:10

무정한 세월에 희미해진 …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의 고향'

▲ 중국 절강성 소흥 고택에 있는 하지장의 동상

▲ 중국 절강성 소흥에 있는 경호(鏡湖)이다. 하지장이 사직하고 귀향할 때 황제가 하사(下賜)한 경호[감호]의 현재 모습이다. 지금도 소흥주[황주]를 담글 때에는 경호의 상류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귀향 소회 담은 하지장 '회향우서'
떠나 있던 긴 시간 소박하게 묘사
변치 않고 남은 자연에 위로 받아

 

하지장(賀知章, 659~744)은, 당(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때 벼슬에 올라 현종(玄宗) 재위시에는 예부시랑(禮部侍郞)을 지냈으며 만년(晩年)에는 고향 절강성 소흥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 인물이다.

두보는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하지장은 말을 타고 가는데 배 타 듯이 하여, 눈이 흐리해져서 우물 속에 빠졌어도 우물 속에서 조네"라고 해, 경호(감호)가 있는 남방인 하지장이 배는 잘 타지만 말은 잘 타지 못했음을 형상화하였다.

하지장이 술에 취해 말을 타면 배 타듯이 털썩 주저앉아 출렁출렁 중심을 잡지 못하니 말 위에서 떨어져 우물 속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우물 속에 빠져도 자신이 우물 속에 빠진 사실도 모르고 술에 취해 시뻘건 눈알만 껌뻑껌뻑하면서 졸았다고 한다. 술을 좋아했던 하지장의 특성을 두보가 잘 포착한 것이다.

하지장은, 이백이 자신에게 보여준 '촉도난(蜀道難)' 시를 읽고 나서 그를 적선(謫仙)이라 불렀으며, 현종에게 추천해 한림학사의 벼슬을 하사(下賜)받게 하였다. 이백도 "금구 풀어 술과 바꾸어 마셨거늘, 그 추억에 눈물 흘려 수건을 적시네"라고 해, 그와의 특별한 인연을 추억하기도 했다. 하지장이 50여년 만에 낙향하여, 쓴 시를 감상해보자.


'회향우서(回鄕偶書) 2首' - 하지장(賀知章)
(고향으로 돌아와서 즉흥적으로 쓰다)

젊어 고향을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少小離家老大回(소소이가노대회),

고향 말씨는 변하지 않았건만 귀밑머리 쇠었네.
鄕音無改 毛衰(향음무개빈모쇠).

마을 아이들 서로 보고 못 알아보며,
兒童相見不相識(아동상견불상식),

웃으며 묻기를, 손님은 어디로부터 오셨나요.
笑問客從何處來(소문객종하처래).

고향을 떠난 후 세월이 많이 흘러,
離別家鄕歲月多(이별가향세월다),

요사이 사람의 일이 태반이나 변했네.
近來人事半消磨(근래인사반소마).

다만 문 앞 경호의 물만이,
惟有門前鏡湖水(유유문전경호수),

변함없이 옛날처럼 봄바람에 물결치네.
春風不改舊時波(춘풍불개구시파).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서 아주 늙어 고향에 돌아오니, 고향 사투리는 그대로 인데 머리털만 쇠었다. 고향에 돌아와 모든 것이 반가운 화자에게 아이들이 "어디서 오신 손님입니까?"로 무심코 던진 말에 화자는 당황해하면서도 세월의 무정함을 느끼고 있다.

평범한 소재를 이용해 소박하면서도 인정미 넘치는 시로, 고향을 떠나 있었던 긴 시간을 직접 묘사하는 대신 고향 마을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세월의 무상함이라는 주제를 신선하면서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2연에서 사람의 일은 변해도 경호의 물결만은 변함없이 반겨준다고 하여, 위안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고향은 늘 향수의 대상인가보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한다.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저 살던 굴 쪽으로 향한다는 뜻으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있다. 미물인 여우도 고향을 찾는데, 하물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현대인은 돌아갈 곳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도 하지장처럼 돌아갈 고향, 아니 마음의 고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추억이 있던 고향 마을과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면 옛정과 그리움이 아련히 피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하대학교 교양교육원 한국어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