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슴속 참 문장을 읽어라
人心(인심)에 有一部眞文章(유일부진문장)이어늘
都被殘編斷簡封錮了(도피잔편단간봉고료)하며
有一部眞鼓吹(유일부진고취)어늘
都被妖歌艶舞湮沒了(도피요가염무인몰료)하나니
學者(학자)는 須掃除外物(수소제외물)하고
直覓本來(직멱본래)하면
재有個眞受用(재유개진수용)하리라.
‘채근담’의 말씀이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한 권의 참 문장이 있건만
옛사람의 하찮은 몇 마디 때문에 모두 다 묻혀 있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한 가락의 참 풍류가 있으되
세속의 요염한 가무(歌舞) 때문에 모두 다 막혀 있다.
그러므로 학자는 모름지기 외물(外物)을 소제(掃除)하고 본래 있는 그 마음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 비로소 참 보람이 있으리라.”
학자뿐이겠는가. 본래 마음자리로 직입(直入)하는 것은 영성과 통하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수도자에게도 정언명령이다. 예부터 격외 도인들은 글자 없는 책을 읽고, 자연의 소리에서 무진 법문을 경청했다. 소동파와 도연명이 그러했으며 우리의 연암 박지원이 그러했다. 연암은 뜰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다가 벅차오르는 감회를 누르고 부채로 책상을 치며 이렇게 외쳤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
그러고는 이런 글귀를 남겼다.
“飛去飛來之字(비거비래지자)요 相鳴相和之書(상명상화지서)로다.”
이것은 새의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다.
연암은 뜰에서 천서(天書)를 읽었다.
글자 없는 글은 맑은 마음에만 나타난다.
“산 기운은 저녁나절에 더욱 좋고(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날 새들이 짝지어 둥지로 돌아오니(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의
경치를 보고 말을 잊었다는 도연명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말하고 싶지만 이미 말을 잊었네)’의 아득한 경지를 가늠이나마 해본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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