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萬物)은 작언이불사(作焉而不辭)하며
生而不有하며 爲而不恃하며 功成而不居라
만물은 이에 지어도 사양하지 않으며 생겨도 소유하지 않으며, 하되 기대지 않으며, 성공해도 거(居)하지 않는다. 노자 ‘도덕경’ 제2장의 말씀이다.
만물이 제멋대로 생성될지라도 자연은 싫다거나 귀찮아하지(不辭) 않고, 그것이 자라나도 나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잘 자라게 하고도 그것에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는다. 공(功)을 이룰지라도 그 공로에 머물지 않는다. 생(生)하되 생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생이불유’, 일을 성취하고도 나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위이불시’를 본받고 싶었다. 노자는 이 부분을 제51장에서 또다시 언급한다.
“생이불위(生而不爲)하며 위이불시(爲而不恃)하며 장이부재(長而不宰)하나니 시위현덕(是謂玄德)이로다.”
도는 일체 만물의 어머니로되 만물을 낳아도 그것을 내 소유라고 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뒷바라지해주되 그것을 자기 공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또 성장시킬지라도 스스로 주인이 돼 그들을 주재(主宰)하지 않는다. 이를 ‘현덕(玄德)’이라고 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노자의 도의 작용을 ‘生而不有’ 즉 ‘소유 없는 생산’으로 번역하고 ‘爲而不恃’는 ‘자기주장 없는 행동’으로, ‘長而不宰’는 ‘지배 없는 발전’으로 설명했다. 인간의 최대비극은 자기가 생한 것은 모두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내 힘으로 일어난 단체라 하여 내 것으로 오인하기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주인 행세를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다. 가을에 잎을 다 떨군 나무의 새잎을 보며 그들의 말 없는 질서에 그만 숙연해진다. 공명을 이룬 뒤에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功遂身退 天下之道)라던 노자 말씀을 되새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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