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bindol 2021. 9. 21. 07:41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且予求無所可用久矣(차여구무소가용구의) 幾死(기사)

乃今得之(내금득지) 爲予大用(위여대용)

使予也而有用(사여야이유용)

且得有此大也邪(차득유차대야사)

 

또한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 지가 오래됐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이제야 내 쓸모없음을 큰 쓸모로 삼게 됐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토록 커질 수 있었겠는가?

 

장자’는 인간세편에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한다. 어느 날 대목장 석이 제자를 데리고 제나라로 가다가 토지신을 모신 상수리나무를 보았다. 굵기는 백 아름이나 되고, 높이는 산을 내려다볼 정도인데 그가 거들떠보지도 않자 제자가 물었다. “저는 도끼를 잡은 이래로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는 처음 보는데 선생님은 왜 그냥 지나치십니까?” 석이 답한다.

“그건 쓸모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널을 짜면 곧 썩는다. 기물을 만들면 곧 망가지고 기둥을 만들면 좀이 생긴다. 재목감이 못돼 아무 소용이 없으니 저처럼 오래 살 수 있었지.” 그날 밤 석의 꿈에 상수리나무가 나타나 말한다.

“너는 나를 무엇에다 비교하려느냐. 너는 나를 쓸모 있는 나무에 비교하려는 거냐? 배·귤·유자 따위는 열매가 익으면 잡아 뜯기고 가지는 찢긴다. 열매 때문에 제 삶이 괴롭혀지는 셈이다.”

 


쓸모 때문에 희생되지 않고, 외려 쓸모없어 커질 수 있었다는 장자의 논리는 ‘성인(聖人)의 무용(無用)’함과도 통한다. 한나라 유방에게 토사구팽당한 한신이 떠오른다. 생명 보전에 실패한 예(例)다. 일본의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은 “쓸모없음을 발견하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야만성’에서 ‘인간성’으로 도약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인생의 참다운 가치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용한 것들에 있지 않을까? 위대한 예술가들의 빈손을 생각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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