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좁은 문으로 들어서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넓고 이로부터 가는 자가 많다.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그 길은 협착해 이를 찾아내는 자 적더라.
‘마태복음’ 제7장에 나오는 말이다.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은 넓은데 왜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가는 자가 적을까? 그만큼 가치 있고 귀하기 때문이리라. 가치 있는 일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른다.
앙드레 지드(1869∼1951)의 ‘좁은 문’에서 나는 그 같은 사랑의 가치를 발견한다. 소설 속 화자 제롬이 휴가를 맞아 알리사네 집에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이끌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알리사의 동생 줄리엣 역시 제롬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는 희생적인 언니에게서 행복을 앗아오지 않으려고 작정하고 나이가 많은 구혼자와 결혼한다.
“이젠 줄리엣도 행복해졌고, 우리도….” “당신 곁에 있으면 이처럼 행복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저를 믿어주세요.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영혼은 행복을 딴 데다 두고 대체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항변하는 제롬에게 알리사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성(聖)스러워지는 일….”
“당신이 없으면 그리될 수가 없단 말이야.” 제롬은 그녀 무릎에 이마를 파묻고 어린애처럼 울면서 말했다. 그날 저녁 식탁에 알리사는 자수정 십자가 목걸이를 하지 않고 나타났다. 제롬은 알리사 네 집에 오면서 만약 자기가 떠나 주었으면 할 때는 어떤 표시를 하라고 했는데 알리사는 제롬이 준 그 목걸이를 하지 않고 나타난 것이다.
“나는 약속대로 이튿날, 새벽에 출발했다”고 제롬은 적고 있다. 알리사는 성경에서 말씀하신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문’으로 그를 보내기 위해 그렇게 했던 것이다.
수필가
'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正見 (0) | 2021.09.21 |
---|---|
용서 (0) | 2021.09.21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0) | 2021.09.21 |
인생은 나그네길 (0) | 2021.09.21 |
佳緣 (0) | 2021.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