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땐 모든 것이 좋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모든 것이 나빠진다.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교육론을 담은 소설 ‘에밀’의 첫 구절이다. 편견과 권위의 시선은 우리 본연의 자연성을 질식시킨다. 이럴 때 교육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 루소는 ‘에밀’이라는 고아를 상정해 그 부모 역할을 맡아 참된 교사와 제자의 운명이 평생 하나가 되기를 염원하며 에밀에게 최선을 다한다. 마치 내다 버린 자기 아들을 향한 것처럼 간절한 그의 소망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죄송하게 했다. 나는 하숙집 어린 식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다섯을 모두 고아원에 맡긴 그의 처사를 몹시 비난한 적이 있었다.(루소는 태어난 지 9일 만에 어머니를 잃고 10살 때 아버지가 가출했다.)
‘이 숙명적 행위가 그 후 나의 사고방식이나 운명에 얼마나 격심한 변화를 초래했는지는 머지않아 알 것’이라며 자신의 악덕을 숨기지 않았던 ‘고백론’. 그의 회한이 없었다면 ‘에밀’이 어찌 탄생할 수 있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들 사이에 혼자 내버려진 사람은 누구보다도 더욱 불구의 인간이 될 것이다. 편견, 권위 따위의 부지중에 빠져드는 모든 사회제도는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자연성을 질식시키고, 아무것으로도 우리를 메워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약하게 태어났으므로 힘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것을 교육에 의해 얻는다.”
이 책 첫 장에서 마주치는 ‘불구의 인간’ ‘모든 사회제도’ ‘자연성의 질식’ ‘교육의 힘’이란 키워드를 추려내면 민주주의 횃불이 된 그의 자연사상이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불평등기원론’ ‘사회계약론’ ‘에밀’로 이어지는 그의 출판은 당국의 노여움을 사서 ‘에밀’은 불태워지고 그는 체포령을 피해 스위스로 달아났다. 훗날 ‘인간불평등기원론’ ‘사회계약론’은 프랑스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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