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예상외로 빨리 퍼지지요?” 랑베르(기자)가 묻는다. …
“자재가 부족합니다.” 리외(의사)가 말한다. …
“외부에서 의사들과 보건대원들이 왔는데도요?” “그렇습니다.
의사 10명을 포함, 100여 명이 왔어요. 보기에는 많습니다.
그런데 그 인원으로 현재 병세를 감당하기엔 빠듯해요.
병이 더 퍼지면 그 인원으론 불충분합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제2부에 나오는 내용이다.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만연하자 오랑시는 외부와 차단된다. 모든 것이 봉쇄된 한계상황에서 역병은 더 기승을 부리고 시내는 큰 혼란에 빠진다. 그 틈에 돈을 벌려는 무리도 날뛴다. 신부 파늘루는 페스트를 신의 형벌로 생각하고 치료를 거부하며 기도에 전념하자고 외치지만 결국 페스트에 감염돼 사망한다. 죄를 짓고 경찰에 쫓기는 코타르라는 사내는 행정업무의 마비로 뜻하지 않은 자유를 얻게 되자 은근히 페스트가 더 퍼지기를 바란다.
그런가 하면 의사 리외와 지성인 타루는 페스트 의용대를 결성하고 페스트 퇴치에 온 힘을 쏟는다. 목숨을 건 투쟁 속에서 두 사람은 우정을 체험하고 인간에게는 경멸당할 것보다는 찬양받을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랍인의 생활상을 취재하러 오랑시에 온 랑베르는 탈출을 시도하려다가 포기하고 페스트 퇴치작업에 동참한다. 이기심에서 이타적 단계로 옮겨가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역병과의 사투에서 타루는 희생되고, 리외의 아내도 병사한다. 목숨을 건 노력 끝에 페스트는 완치되고 오랑시는 해방의 기쁨을 맞는다.
리외는 소설 결미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페스트균은 꾸준히 살아남아 언젠가는 인간에게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 행복한 도시에 몰아넣어 인간을 죽게 할 날이 오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고. 코로나19에 갇힌 요즘 카뮈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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