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놓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월든’의 한 구절이다. 1845년 3월 그는 월든 호수 근처에 방 한 칸짜리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혼자 살았는데 이때의 기록이 ‘월든’이다. 숲으로 들어가면서 그는 삶의 본질적인 것들만 대면하고 싶었고, 죽음을 맞게 됐을 때 헛되지 않게 살았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칩거 이유를 밝혔다.
44세이던 1862년 5월 6일, 폐결핵으로 병상에 누워 있던 그는 여동생에게 자신이 쓴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의 마지막 장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나슈아 어귀를 지나쳤고, 곧 새먼 부룩도 지나칠 즈음, 우리의 배를 가로막는 것은 바람밖에 없었다.”
이때 소로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제야 멋진 항해가 시작되는군.” 그러고는 잠시 뒤 숨을 거두었다. 오랫동안 그를 사로잡았던 생각은 ‘큰사슴’과 ‘인디언’이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글을 썼다. 이 원고는 사후에 ‘메인 주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세계의 보전(保全)은 야생성에 달려 있다”는 그의 충고는 오늘날 우리가 각별히 되새겨야 할 경구다.
오래전, 나는 그의 오두막을 찾은 적이 있다.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복원해 놓은 예닐곱 평 정도의 작은 통나무집이다. 나무로 된 간이침대와 의자 하나. 거기에서 ‘모기의 울음소리에 호메로스의 진혼곡을 들을 수 있고, 이른 봄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서 우주창조의 소리를 엿들으며 조미료를 치지 않은 거친 옥수수빵과 쇠비름 풀을 삶아 먹는 소식(小食)으로 미각을 정화해 산기슭에서 따먹은 몇 개의 산딸기로 영혼을 살찌우는 하늘이 내려준 식량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 소박한 그와 만나며 내 식량(食量)이 부끄러웠던 걸 기억한다.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