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자연은 藥과 같다

bindol 2021. 9. 21. 07:58

자연은 영혼을 치유하는 성소(聖所)다

 

미국의 사상가이며 에세이스트인 에머슨이 ‘자연론’에서 한 말이다. 그는 결혼 1년 반 만에 신부를 잃고 충동적으로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고 재혼해 얻은 아들이 갑자기 성홍열로 죽자 비통한 심정을 에세이 ‘경험’에 이렇게 적었다. “어둠이 전나무의 나뭇가지에 감겨 있듯, 죽음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 눈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둥둥 떠다니다가 차츰 흐릿해지고 만다.”

그러나 그는 비탄과 무상감에 오래 빠져 있지 않았다. ‘아무리 큰 슬픔이 있더라도 나와 함께 있으면 즐거울 것’이란 자연이란 경전의 말씀을 경청하면서부터였다. “자연은 약(藥)과 같다. 해로운 일이나 어려움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켜 준다”며 에머슨은 “자연은 영혼을 치유하는 성소”라고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내부와 외부의 감각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현실이 아무리 슬퍼도 이들은 자연 앞에 있는 동안 황홀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자연론’ 제1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맨땅에 서서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리며 고개를 들고 무한하게 펼쳐진 하늘을 본다. 그러면 천박한 이기심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나는 투명한 안구(眼球)가 된다.”

 


무한하게 펼쳐진 푸른 하늘, 천박한 이기심이 모두 사라져버린 그 맑고 투명한 안구에 나는 방점을 찍으며 그가 하버드대에서 했다는 명연설의 한 토막을 떠올린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지닌 마음의 아름다움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곧 마음의 법칙입니다. … 자연에 관해 무지하다면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너 자신을 알라’는 고대 격언과 ‘자연을 알라’는 현대 격언은 똑같은 뜻입니다.” 이때 불현듯 ‘도법자연(道法自然)’을 말한 노자가 떠올랐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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