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자던 매디슨스퀘어공원의 벤치에 앉아 불안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 작가 오 헨리(1862∼1910)의 소설 ‘순경과 찬송가’의 첫 구절이다. 소피(작중인물)의 무릎에 낙엽이 한 장 떨어졌다. 그건 겨울을 알리는 신호다. 그는 지난밤에도 세 장의 일요신문을 윗도리 안쪽에 접어 넣고, 발목에 두르고 무릎에 덮고 했지만, 그것으로는 이 오래된 공원 벤치에서 잠자는 동안의 추위를 물리칠 수 없었다. 그러자 소피는 지난 몇 년 동안, 겨울나기 좋은 숙소가 됐던 블랙웰 형무소를 떠올린다. 식사와 침대와 마음에 맞는 친구가 보장되고, 북풍과 푸른 상의(경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 3개월이 소피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법률’이 ‘자선’보다 훨씬 더 자비롭게 생각됐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소피는 상점의 진열장을 돌로 깨보고, 함부로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숙녀에게 일부러 치한 행세를 하는 데도 이상하게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결국은 자기가 기거하는 공원으로 되돌아가던 중 교회에서 울려 나오는 멜로디를 듣고 그만 발걸음을 멈춘다. 잃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며 그때 사람다운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일자리를 구해봐야지.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거야. 이제 나는….’ 그런데 그때 소피의 팔에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순경이 물었다. “아, 예, 뭐 별로.” “그럼 따라와.” 다음 날 아침 경범 재판소에서 치안판사가 그에게 선고했다. “섬에서 징역 3개월.”
예상을 뒤엎고 마는 반전, 우리네 인생도 때론 이와 같지 않던가. 퇴직한 남편과 퀸스에 잠시 머물 때였다. 때 이른 뉴욕의 어느 가을날, 오 헨리를 생각하며 작품의 현장인 매디슨스퀘어파크를 찾았다. 즐비하게 놓인 벤치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은 소피 같은 인물을 찾고 있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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