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라, 꺼져. 이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잠시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대 위에서 뽐내고 으스대지만, 그때가 지나면 영영 사라져버리는 가련한 광대. 그것은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 높여 흥분하고 지껄이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맥베스’ 5막 5장)
자진했다는 아내의 부음에 맥베스의 독백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녀는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 소식은 언젠가는 올 것이었다. 내일, 또 내일-시간은 총총걸음으로 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어제라는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춰왔구나.” (다시 앞으로 가서) “꺼져라, 꺼져. 이 덧없는 ∼”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우리를 향한 셰익스피어의 메시지다.
스코틀랜드의 맹장 맥베스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3명의 마녀를 만나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는 예언을 듣는다. 욕망에 이끌린 그는 아내와 모의해 덩컨왕을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한다. 예언대로 왕위에 올랐지만, 장군의 후손이 왕위에 오른다는 불길한 예언 때문에 동료인 뱅코마저 암살한다. 뱅코의 망령은 맥베스 부부 앞에 끊임없이 나타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맥베스는 아내에게 “불안한 악몽에 사로잡혀 마음의 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저 죽은 자, 우리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는 영원한 안식처로 보낸 저 죽은 자와 같이 있는 것이 낫겠어…”라고 말한다.
권좌란 호랑이 등과 같아서 다시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 지나친 야심으로 인해 피해를 겪는 가련한 운명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언제나 때늦은 깨달음을 동반한다. ‘리어왕’은 자신이 내쫓은 막내딸이 효녀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뒤에야 그녀가 결백한 천사임을 깨닫는다. 권력의 허무함을 깨닫는 맥베스의 영탄(詠嘆), 인생이란 짧은 촛불!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결국, 그도 맥더프에게 살해되고 말았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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