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

bindol 2021. 10. 24. 04:29

형제들이여. 내 너희에게 이르노니,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너희에게 천상의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삶을 경멸하는 자들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같이 말한다. ‘천상의 희망’을 믿지 말고 지금 발밑의 대지에 충실하라는 언명이다. 그는 의지철학을 정립하고 유럽의 근대를 형이상학적 도덕적 가치들이 탈가치화하는 허무주의 시대로 진단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유럽인을 지배해온 기독교가 가치의 자리를 피안(천국)으로 가져감으로써 인간의 현세적 삶을 부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허무주의를 극단화함으로써, 피안의 가치에 종속돼 있던 차안(현재)의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자 했다. 온몸으로 앓으면서도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만족한다고 했다. 필연적인 일을 참고 견딜 뿐만 아니라 숨겨서도 안 된다며 자기애(自己愛), 운명애를 강조하면서 영겁회귀(永劫回歸)라는 사상의 실타래에서 그것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은 모든 것이 똑같은 모습 그대로 영원히 몇 번이고 회귀한다는 것이다. 생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그것이 삶이었는가? 좋다! 한 번만 더!”라고 말할 수 있게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라(Amor fati)고 주문한다. 어려서부터 시작된 두통과 매독 등 병고에 시달리며 고뇌의 심연 속에서도 생의 비약과 환희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통을 통해 그는 초인(위버멘시)이 될 수 있었다.

 


“현재는 영원히 반복해서 돌아오기 때문에 결코 현재가 지나가는 것을 후회하지 말고,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그의 말을 되뇐다. 시간의 본질은 영원한 현재, 시간 자체는 언제나 현재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깨달음(행복)의 도량은 어디 있는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이곳이라네(圓覺道場何處 現今生死卽時).” 오래전에 본 해인사의 주련 내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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