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재능을 지니고 나라에 쓰이기를 기다리는 자는 선비다. 선비란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배움을 돈독하게 하며, 예절을 밝히며, 의리를 지니며, 청렴을 긍지로 여기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자이나, 세상에 흔치 않다. (생략)
한문 4대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의 문집에 있는 글이다. “선비로서 선비의 행실을 가진 자를 ‘유(儒)’라 하는데 공자께서 말한 ‘유행(儒行)’이 그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는 조선 중기(명종 21년∼인조 6년) 문신으로 도승지·이조판서·대제학·삼정승의 요직을 거쳤으며 문장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임진왜란과 인조반정을 몸소 겪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요구되는 선비정신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시대는 달라도 사람 속성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세상에서 선비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어떠한가? 숭상하는 것은 권세이며, 힘쓰는 것은 이익과 명예이며, 밝은 바는 그때의 유행이고, 가진 바는 이야기이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바는 겉치레이며, 잘하는 바는 경쟁이니, 이런 6가지를 갖고 날마다 중인(重人)의 문 앞에서 저울질하며 그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엿보고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 찾다가 눈여겨봐 주면 흐뭇해 우쭐대고, 따뜻한 입김을 입으면 소곤소곤 서로 축하한다. 이 같은 사람을 ‘선비’라고 한다면 이 땅 위에 가로의 눈과 세로의 귀가 달린 사람은 모두 선비일 것이고, 이 같은 사람을 선비라고 하지 않는다면 나라 안에 선비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선생은 개탄한다.
다산 정약용은 선비에 대해 “도(道)를 배운 사람을 선비(士)라 했는데, 사란 벼슬을 가진 것으로 그것으로써 인군을 섬기고, 백성을 윤택하게 하고, 천하 국가를 위하는 자를 선비라 한다”고 했다. 지금의 관료들은 그 직함을 갖고서 누구를 위해 애쓰는가? 나라인가, 자신인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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