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올해 양력 9월 23일은 추분(秋分)이었어요. 가을[秋]의 분기점[分]이라는 뜻이죠. 이날은 춘분(春分)에서 꼭 반년째 되는 날입니다. 올해 춘분은 3월 20일이었죠. 추분과 춘분은 낮과 밤 길이가 똑같다는 날입니다. 춘분부터 낮이 길어지고 추분부터 밤이 길어집니다.
춘분과 추분은 우리 선조들이 정한 24절기 중 하나입니다. 봄의 시작인 입춘(立春),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 더위가 가장 심한 대서(大暑),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寒露),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小雪),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 등이 24절기에 들어갑니다.
옛날 사람들에게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는 농사를 짓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 날씨와 계절의 흐름을 읽는 것은 생존과 직결됐죠. 그래서 1년을 세분하여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를 정했고, 이에 맞춰 씨앗과 농기구를 준비하고 밭과 논을 갈아 곡식을 얻어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시작되어 후에 우리나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1년(365일)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한 거예요. 여기엔 황도(黃道·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1년 동안 하늘을 한 바퀴 도는 길) 개념이 포함됩니다. 하늘을 한 바퀴 돌면 360도인데 이를 24(절기)로 나누면 태양이 15도씩 움직일 때마다 한 절기가 온다고 본 거죠.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360도를 4등분한 지점에 오는 것으로 구분했습니다. 춘분과 하지 사이를 봄, 하지에서 추분 사이 여름, 추분에서 동지 사이 가을, 동지에서 춘분 사이를 겨울로 삼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24절기에 맞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난 4월 기상청이 지난 100년간 관측 자료를 분석했더니, 24절기 기온이 과거보다 0.3~4.1도 높아졌다네요.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과 작은 추위를 뜻하는 '소한(小寒)' 기온도 영상으로 올라갔고요. 예를 들어, 대한의 1912~1940년 사이 평균기온은 영하 2.1도였는데, 1991~2020년 평균기온은 0.9도였답니다. 또 가장 추운 절기도 '대한'이 아니라 '소한'으로 바뀌었대요. 오랜 시간 내려온 우주의 조화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셈인데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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