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홈페이지
지난해부터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와 혈액형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어요. 일본·덴마크 등 연구진은 "O형이 코로나에 강하고 A형 등은 취약하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미국 연구진 등은 "코로나는 혈액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혈액을 A·B·O·AB형으로 구분하는 'AB0식 혈액형'은 1901년 오스트리아의 의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사진>가 발견했어요. A형은 AA·AO 타입, B형은 BB·BO 타입으로 나뉘고, AB형과 O형은 AB 타입과 OO 타입뿐이죠. 혈액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요. 예컨대, AO 타입과 BO 타입이 자식을 낳으면 AB, A(AO), B(BO), O형이 태어날 수 있어요.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 종류와 구성에 따라 구분해요. 지금까지 알려진 혈액형은 ABO식을 포함해 수백 개가 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ABO식과 Rh식이에요. 수혈할 때 이 혈액형을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부작용으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20세기 초 유럽에선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걸 학문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1910년대 독일 의학자 에밀 폰 둥게른은 '혈액형의 인류학'이란 논문에서 순수 유럽인의 피는 A형이고 B형은 아시아 인종에 많기 때문에 A형이 우수하고 B형은 뒤떨어진다고 주장했어요. 이후 일본인 후루카와 다케지는 1927년 319명의 혈액형을 조사한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에서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어요. 그의 주장에 따라 1930년대 이력서에 혈액형을 써넣는 칸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했어요.
일본에서 혈액형이 크게 유행한 건 작가 노오미 마사히코가 1971년 '혈액형 인간학'이란 책을 내면서부터예요. 노오미는 책에서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연관성을 주장했죠. 이 이론은 궁합·직업·대인관계·학습법 등에도 응용되며 퍼져 나갔어요.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책들이 전해졌죠.
하지만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 있다고 믿는 나라는 우리나라·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일부 국가뿐이래요. 이에 대해 일본 유명 심리학자는 "일본인은 원래 조그만 집단에라도 속해 있으면 안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또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양에 비해 네 가지 혈액형이 골고루 분포된 편이라 그런 성격 구분을 믿는다는 설도 있어요. 한국인의 혈액형 비율은 A형 34%, B형 27%, AB형 11%, O형 28%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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