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산책] 가로가 세로의 2배 가까운 16:9… 영화관처럼 실감나게 볼 수 있어요

bindol 2021. 10. 27. 05:44

텔레비전 화면 비율

 텔레비전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은 과거엔 4:3이 표준이었지만, 요즘은 16:9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21:9 화면도 나왔어요. /위키피디아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도 길어졌어요. 텔레비전 화면 크기는 집집마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가로와 세로 비율(화면 비율)은 대부분 16:9예요. 가로가 16㎝면 세로는 9㎝로, 가로 길이가 세로 길이의 두 배에 가까워요. 이 화면 비율은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과거 텔레비전 화면 비율은 대부분 4:3이었어요. 여기에 영향을 준 사람은 미국의 윌리엄 케네디 딕슨이에요. 그는 19세기 말 토머스 에디슨과 함께 폭이 35㎜인 영화 필름을 사용할 수 있는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최초로 만들어냈어요. 키네토스코프에서 필름을 돌렸을 때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 화면 비율이 4대3이었죠.

1940년대 후반 텔레비전이 등장했어요. 이때 텔레비전 화면은 영화관에서 많이 사용하던 화면 비율 4:3을 자연스레 채택하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사들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자 큰 고민에 빠졌어요. 타개책을 찾아야 했죠. 그래서 기존의 화면보다 좌우를 넓혀 가로의 비가 훨씬 큰 2.35:1짜리 영화 제작 방식 '시네마스코프'를 도입했어요. 기존 극장 화면보다 가로가 훨씬 길어지면서 영화가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느껴졌고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벤허', '아라비아의 로런스' 등 대작 영화들이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상영됐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의 16:9 화면 비율은 언제 탄생했을까요? 1980년대 후반 고화질 텔레비전(HDTV)이 나왔는데, 미국 영화 텔레비전 기술자 협회에서 이 비율을 표준으로 제시했어요. 기존 텔레비전의 표준 화면이었던 4:3보다 화질이 좋아지고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이래요. 또 집에서도 영화관처럼 실감 나는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의견도 반영했어요. 16:9는 기존 텔레비전의 표준 비율인 4:3과 극장 시네마스코프 2.35:1의 평균 정도에 해당해요. 16:9 화면은 4:3 화면보다 가로로 넓어졌다고 해서 '와이드(wide·넓은) 스크린'이라고도 불러요. 16:9 화면은 2010년 정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고화질 텔레비전 화면의 표준 비율이 됐어요. 현재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뿐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역시 상당수가 16:9예요. 최근에는 16:9보다 가로가 더 긴 21:9 비율의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