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흡혈귀가 하루 한 명씩 물면 한 달만에 지구 전체가 모두 흡혈귀로 변한대요
거듭제곱의 위력
유럽에서는 밤이면 무덤에서 나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흡혈귀에 대한 미신이 있습니다. 흡혈귀를 실제로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해요. 과연 흡혈귀가 진짜 있을까요? 수학으로 흡혈귀의 존재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답니다.
흡혈귀는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흡혈귀가 된다고 하지요. 흡혈귀가 살기 위해 하루에 한 사람을 물어 피를 빨아먹는다고 가정해 볼게요. 최초의 흡혈귀는 첫째 날 한 사람을 물겠죠? 흡혈귀는 총 두 마리가 됩니다. 둘째 날에 흡혈귀 두 마리는 각각 한 명씩 사람을 물게 되고 흡혈귀는 총 네 마리가 됩니다. 셋째 날에는 네 마리가 각각 사람 한 명씩 물어 총 여덟 마리가 되지요. 하루가 지날 때마다 흡혈귀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나니 흡혈귀 수는 3일이 지나면 두 배씩 세 번, 5일이 지나면 두 배씩 다섯 번 곱한 것과 같은데요. 이렇게 같은 수를 여러 번 곱하는 것을 거듭제곱이라고 합니다. 거듭제곱으로 나타내면 각각 2³, 2⁵이라고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33일째 되는 날은 2³³으로 약 85억마리가 되지요. 현재 지구의 총 인구수가 약 75억명이라고 하는데요. 33일이 지나면 지구에 사는 사람보다 흡혈귀 수가 더 많아진다는 거예요. 따라서 흡혈귀가 있었다면 이미 지구에는 모두 흡혈귀만 살고 있다는 뜻이지요.
거듭제곱을 이용해 우리 조상의 수를 구해볼까요? 한 사람이 태어나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가 태어나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계셔야 하고,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태어나려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계셔야 합니다. 즉 여러분의 바로 위에는 두 명, 그 윗대로 올라가면 네 명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태어나려면 각각 부모님이 두 분씩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여덟 명으로 늘어납니다. 여러분의 3대 위에는 여덟 명이 있는 것이지요. 조상의 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0세대만 올라가도 2³⁰(약 10억)이 넘는 조상이 존재해야 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과거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결론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런 결론이 나온 것은 우리 조상 모두가 서로 전혀 혈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람끼리 결혼했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구가 적었던 때는 친척끼리도 결혼해 자손을 낳았기 때문에 조상의 수는 훨씬 적은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혈통을 따져 올라가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서로 혈연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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