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0과 1로 지구 문명 설명한 전파를 만들어 우주로 보냈어요
아레시보 메시지
▲ /위키피디아미 항공우주국(NASA)의 이동형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과연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요? 과학자들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1974년엔 우주를 향해 아주 특별한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이 메시지에도 수학이 숨어 있답니다.
미국 코넬대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외계 문명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는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는데요. 이 방정식은 그의 이름을 따 '드레이크 방정식'이라고 해요. 그는 이 방정식에 당시 천문학자, 생명공학자 등 과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대입해 외계 생명체가 적어도 10개는 된다고 주장했어요.
드레이크 박사는 우주에 존재하는 외계 생명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해요. 그는 1974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우주로 전파를 쐈어요.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 있는 이 전파망원경은 원래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했는데요. 접시 모양 안테나 지름이 305m로 63빌딩 높이보다 50m 더 길어요. 메시지가 향한 곳은 허큘리스 성단(星團)이었어요. 성단은 별이 모여 있는 곳을 뜻해요. 별이 많으면 그만큼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많다고 생각한 거죠. 이 성단은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져 있어요. 1광년은 빛이 초속 30만㎞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인데, 9조4670억7782만㎞예요.
아레시보 망원경이 보낸 메시지는 수학의 이진법으로 만들어졌어요. 독일 유명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이진법은 0과 1 두 숫자로 수를 나타내는 방법이에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정보를 이진법으로 바꿔서 인식하죠. 이진법으로 나타낸 아레시보 메시지에서 1을 점으로, 0을 빈 공간으로 바꾸면 오른쪽 그림과 같은 메시지가 나와요. 아레시보 메시지는 1부터 10까지 숫자, 유전자를 구성하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의 원자번호, 두 가닥의 DNA 사슬이 결합한 이중나선 구조 등을 담고 있어요. 또 인간의 형체, 남성의 평균 키, 지구 인구, 태양계의 모습 등을 나타냈죠.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에게 지성이 있다면 메시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보냈다고 해요.
그림의 일부분을 해석해 볼게요. 그림 가운데 부분에 사람 형체가 있는데요. 사람 왼쪽에 있는 점을 이진법으로 하면 14와 같아요. 아레시보 망원경이 보낸 전파의 파장이 126㎜였는데, 14와 126㎜를 곱하면 1764㎜가 됩니다. 이는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였던 176.4㎝를 의미해요. 사람 형체 오른쪽에 있는 점은 이진법으로 하면 약 43억이 되는데요. 이 숫자는 1974년 지구의 인구를 나타낸 거예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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