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5개까지는 세지 않아도 척 보면 알 수 있어요
수 감각
▲ /그래픽=최세영
그림 1과 그림 2에 있는 공이 각각 몇 개인가요? 누구나 쉽게 3개, 10개라고 답을 맞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 1과 그림 2에 있는 공의 숫자를 맞힐 때 사고 과정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림 1은 보자마자 공이 3개인 줄 알았을 겁니다. 그림 2는 공의 개수를 세봤을 거예요. 이렇게 보자마자 수를 파악하는 것을 '직관적 수 세기'라고 합니다. 직관적 수 세기는 수에 대한 감각과 관련이 있어요.
수 감각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다고 합니다. 태어난 지 이틀 정도 된 아기도 오리 12마리와 4마리를 볼 때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에게 장난감 인형 2개를 보여준 다음, 인형 하나를 가리면 아이는 곧바로 알아차리고 얼굴을 찡그립니다. 생후 6개월부터 1과 2의 차이를 아는 거예요. 네 살쯤 되면 아이들이 종이 위에 점을 찍거나 그려서 수를 표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요. 수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려고 시도하는 거죠.
인간은 직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수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억, 조 단위를 넘어서까지 셀 수 있고 심지어 무한한 수까지 공부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는 5 이하라고 해요. 즉, 5개 정도까지는 한눈에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직접 세봐야 해요. 문명을 접하지 않고 원시적인 삶을 사는 원주민들은 3 이상의 수는 '많다'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1과 2를 나타내는 단어는 있지만 3부터는 '많다'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거죠. 한자에서도 3 이상이 많다고 느끼는 인간의 수 감각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나무 목[木] 두 개를 합하면 숲[林]이 되고 세 개 있으면 무성한 숲[森]을 뜻해요.
우리가 5 이하까지만 직관적으로 파악한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우리는 숫자를 기억할 때 5 이하의 수로 묶어서 기억하는데요. 휴대전화 번호가 '010-1111-2222'처럼 3자리-4자리-4자리로 돼 있는 것도 우리가 네 자리는 한눈에 파악하고 몇 번 반복해 읽으면 금방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림 2에 있는 공을 셀 때도 '하나, 둘, 셋, 넷… 열' 이렇게 일일이 헤아리지 않고 공을 3~4개로 묶어서 세면 더 빨리 10개임을 알 수 있죠.
동물도 수 감각이 있을까요? 침팬지, 원숭이 등이 수를 인지하는데요. 신기하게도 까마귀가 4개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까마귀가 4까지 수를 세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수 감각이 있는 거예요. 동물들은 본능적인 수 감각은 있지만, 수에 대한 개념은 없습니다. 동물들이 셈을 하는 모습이 가끔 TV에 소개되는데, 이는 동물이 셈을 하는 게 아니라 주인의 표정이나 태도 등을 감각적으로 파악해 답을 맞히는 겁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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