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같은 두 도형… 얼굴 인식도 '합동'의 원리 이용해요

bindol 2021. 10. 28. 04:36

 

[수학 산책]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같은 두 도형… 얼굴 인식도 '합동'의 원리 이용해요

합동

 얼굴 인식 시스템이 얼굴 특정 부위에 점을 찍어 여러 가지 다각형이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경찰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유전자분석 등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하고 있는데요. 과학수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주로 수학의 '합동'이라는 개념을 이용해요.

합동(合同)은 모양과 크기가 같아 포개었을 때 완전히 겹쳐지는 두 도형을 뜻합니다.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합동이 아니죠. 색종이 한 장에 삼각형을 그리고, 다른 색종이 한 장을 겹쳐서 고정한 후에 삼각형 모양대로 오려봅시다. 오려서 얻은 삼각형 2장은 서로 모양과 크기가 같죠. 이처럼 모양과 크기가 완벽하게 같아야 합동입니다.

과학수사에서 범인임을 확인할 때 합동의 성질을 이용합니다. 먼저 지문인데요. 범행 현장에 남아있는 지문을 채취해 그것과 합동인 지문을 찾아 범인을 잡는 거예요.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완전한 합동으로 나타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죠. 그래서 지문은 범인을 잡는 확실한 근거가 됩니다. 목소리 분석에도 합동이 이용됩니다. 목소리는 목, 성대, 입 등의 발음기관을 통해 나와요. 사람마다 발음기관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고유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리는 파동의 일종인 음파인데요. 공기 등 매개 물질을 진동해 전달돼요. 이때 이 파동의 생김새가 사람마다 달라요. 같은 사람이 낸 소리는 파동의 생김새도 같기 때문에 목소리 파동의 생김새를 비교하면 어떤 음성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성대모사를 잘해서 목소리가 똑같이 들리더라도 파동의 생김새는 약간씩 달라서 흉내 낸 목소리로는 파동의 생김새가 완벽하게 합동이 되지 않아요.

과학수사에 합동이 이용되는 가장 첨단 기법은 바로 얼굴 인식입니다. 눈, 코, 입, 턱 등 특정 부위에 점을 찍어 연결하면 여러 가지 모양의 다각형이 나오는데요. 이 다각형 모양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얼굴 인식입니다. 두 얼굴에서 만들어진 여러 다각형이 서로 모두 합동이면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 약간씩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다각형이 합동에 얼마나 가까운지 비율을 따져보고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죠. 합동을 이용한 얼굴 인식은 범인을 찾을 뿐 아니라 신원 확인 결제 시스템, 보안 등에 활용되고 있어요.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 시스템도 마찬가지예요.

집에서 가족들 사진에 눈, 코, 입, 턱 등 특정 부위를 정하고 점을 찍어 다각형을 그려보세요. 자신의 사진에도 같은 위치에 점을 찍어 다각형을 그린 후 합동이거나 합동에 가까운 도형이 얼마나 많은지 비교해보세요. 엄마와 아빠 중 누구를 더 많이 닮았는지 합동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