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무기와 판옥선·탁월한 전법으로 23번의 전투 모두 승리로 이끈 이순신
명량에선 12척의 적은 배로 적과 싸워 세계 역사상 없던 위대한 승리 만들었죠
지난주 '명량'이라는 영화가 개봉해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이 영화는 임진왜란 때 벌어진 전투 중 하나인 명량해전을 소재로 만들어졌지요. 명량해전을 비롯하여 이순신 장군이 조선 수군을 지휘하며 왜군, 즉 일본 함대와 벌인 전투는 모두 23번이에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무려 23전 23승! 세계 해전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이지요.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승리를 거뒀을까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러 조선시대 임진왜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거둔 최초의 승리, 옥포해전
1592년 음력 5월 7일에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함대가 남해안의 거제도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었어요.
"장군, 옥포 포구에 왜군이 상륙했습니다. 50여 척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되었다. 옥포에 있는 적군의 함대를 공격하라!"
이순신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거제도 앞바다를 느긋하게 항해하던 100여 척의 배가 갑자기 빠른 속력으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갔어요. 그러고는 포구에 정박해 있던 50여 척의 왜군 함대를 향해 대포를 발사하고, 화살을 소나기처럼 퍼부었습니다. 조선 함대가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왜군 함선들을 포위하고 맹렬히 포격하자 왜군은 우왕좌왕하였지요. 조선 수군이 옥포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왜군을 크게 물리친 이 전투를 '옥포해전'이라고 부릅니다. 조선 수군은 별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일본군은 50여 척 중 절반에 가까운 26척이 불에 타거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지요. 옥포해전 이후 사천해전, 당포해전, 당황포해전, 율포해전 등 한 달 동안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어요.
◇거북선이 돌진하고 판옥선이 화포를 퍼부으며 뒤따라 진격
조선 수군이 왜군 함대를 물리친 것에 대해 이순신 장군은 다음과 같은 보고를 조정에 올렸대요.
"거북선이 먼저 돌진하고 판옥선이 뒤따라 진격하여 계속 지자포, 현자포를 쏘고 뒤이어 포환과 활, 돌을 비와 우박이 퍼붓듯 하면 적의 사기가 이미 꺾이어 물에 빠져 죽기 바쁘니 이것이 우리 수군의 승리 비결입니다."
▲ /그림=이창우
함대의 맨 앞에서 적진을 향해 돌격하여 적의 배들을 사정없이 들이받아 박살 내는 거북선의 위력은 잘 알지요? 판옥선은 배 위에 갑판을 한 층 더 세워 놓은 모양의 배로, '이층배'라고 할 수 있어요. 노를 젓는 군사는 아래층에서 안전하게 노를 젓고 싸움을 하는 군사는 위층에서 화살과 화포를 쏠 수 있었습니다. 이층이니 배의 몸체가 높아 적을 공격하기는 쉽고, 적이 배에 뛰어들기는 어려웠지요.
조선 함대의 무기 위력도 대단했어요. 조선은 초기부터 신기전, 화차 등 여러 화약 무기를 개발했거든요. 그중 화약을 이용해 발사하는 화살인 화전과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 성능이 우수한 화포도 있었어요.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하라
1592년 음력 7월, 조선 수군에 번번이 패한 왜군은 바다에서의 세력을 되찾기 위해 전 함대를 모아 남해로 출동했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학익진으로 왜군을 섬멸하라!"
이순신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선 수군은 왜군 함대가 진을 친 통영 앞바다로 나아가 판옥선 몇 대로 왜군을 꾀어내 한산도 앞 넓은 바다로 나오게 했어요. 그런 뒤 거북선을 중심으로 나란히 후퇴하는 것처럼 보였던 판옥선들이 학이 날개를 펴듯 양쪽으로 펼쳐져 일본 군함들을 둘러싸고 공격을 퍼부었지요. 이 전술은 학(鶴)이 날개(翼)를 편 모양으로 적을 둘러싸고 공격한다고 하여 '학익진(鶴翼陣)'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한산도대첩에서 학익진 전법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면, 1592년 음력 9월에 벌어진 부산포해전에서는 '장사진'이라는 전법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1597년 음력 9월에 벌어진 명량해전에서는 '일자진'이라는 전법으로 승리를 거두었어요. 또한 우리 해역 사정에 적합하도록 배 바닥을 평평하게 만든 '평저(平底) 형태 전선(戰船)'의 우수성도 승리에 한몫을 했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장사진(長蛇陣)'은 함대를 앞뒤로 길게(長) 한 줄로 늘어서게 하여 마치 뱀(蛇)과 같은 대형으로 적을 공격하는 전법을 말해요. '일자진(一字陣)'은 배들이 옆으로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돌격하며 포를 쏘아 적을 물리치는 전법이고요. 이순신 장군은 전투 때마다 그에 맞는 전법을 사용하여 적군을 물리친 것이에요.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단 12척의 배로 10배가 넘는 왜군 함대에 맞서며 조선 수군에게 말했어요. "병법에 이르기를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고 하였다.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이 겁을 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모두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의 말과 행동에 군사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굳은 의지로 전투에 나섰어요. 명량해협에서 좁은 지형과 빠른 물살을 이용하여 왜군을 공격했고, 죽을힘을 다해 적을 물리쳤지요. 죽음을 각오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용기가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위대한 승리를 이끈 것이에요. 어때요?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의 승리 비결! 백전백승을 거둘 만하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생전에는 관직에서 쫓겨나 백의종군(白衣從軍·벼슬이 없는 말단 군인으로 전쟁터에 나가 참전함)하는 등 고난을 많이 겪었어요.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을 보며 그가 이러한 고난을 겪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함께 생각해 보세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감수=임학성 |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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