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강화도조약 맺은 후 국기의 필요성 느낀 고종 명령으로 태극 문양에 8괘 그린 태극기 탄생
박영효가 사용한 4괘 태극기를 고종이 1883년 정식 국기 삼았어요
지난달 25일 문화재청은 강릉 선교장에서 간직해 온 태극기를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1900년대에 만들어진 강릉 선교장 태극기가 역사성과 희귀성이 매우 높다면서 말이지요. 선교장은 3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조선시대 사대부의 살림집이에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가옥 중 한 곳으로 인정을 받아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재가 됐지요. 그런데 선교장에서 어떻게 100년도 더 전에 만든 태극기를 간직해오고 있었을까요? 우선 선교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볼까요?
◇효령대군의 11세손이 강릉으로 이사하다
1700년 무렵,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세손인 이내번이란 인물이 충주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내번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다른 지방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어요.
"어머니, 외가 쪽으로 이사하여 살면 어떨까요?"
"외가라면 우리 친정이 있는 강릉 말이냐?"
"예. 그곳에 살면서 우리 집안의 뿌리를 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나야 좋지."
그렇게 해서 이내번은 어머니를 모시고 강릉으로 이사했어요. 처음에는 외가 근처인 경포대 쪽에 살게 됐지요. 그러다가 재산이 늘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집터를 찾았죠. 그러던 어느 날,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됐어요.
▲ 그림=이창우
그것은 족제비 한 떼가 나타나 일렬로 서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죠.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로다. 족제비 떼를 따라가 보자.' 이내번은 족제비 떼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다 집을 짓기에 좋은 터를 발견했어요. 그리 높지 않은 산줄기가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개천이 흐르고 뒤로는 호수가 펼쳐져 있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오! 족제비 떼가 나에게 좋은 집터를 알려주었구나! 이곳에 새집을 지어야겠다!'
이내번은 그곳에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지었어요. 그 뒤 후손이 10대에 걸쳐 살면서 건물 10동에 120여 칸에 이르는 큰 규모의 집이 됐죠. 조선시대 상류 주택을 대표하는 이 집이 바로 선교장이에요. 옛날 강릉 경포호가 지금보다 넓었을 때 배로 다리를 만들어 경포호수를 가로질러 건너다녔다고 해요. 그래서 이내번이 지은 집을 배다리에 있는 집이라 하여 '선교장(船橋莊)'이라 부르게 됐고요.
◇태극기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강릉 선교장에서 간직해오던 태극기는 1900년 무렵에 만들어졌다가 1908년 강릉 선교장 내 설립된 동진학교에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보급돼 사용된 것으로 짐작돼요. 동진학교는 선교장의 주인이었던 이근우가 1908년 세운 근대식 학교였어요. 당시 동진학교에서 만든 태극기는 두 개예요. 일제 탄압으로 개교 이듬해 문을 닫고 나서,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보관해 오다 광복 후 하나는 임시정부에 기증했고, 나머지 하나는 선교장에 보관해오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태극기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고, 언제부터 우리나라 국기로 사용됐을까요? 1876년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트집 잡아 조선의 항구를 열도록 하는 강화도조약을 맺게 했어요. 트집 내용 중 하나는, 운요호에 일본 국기가 게양돼 있었는데 조선 수군이 왜 함부로 포격했느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당시 조선 임금과 조정에서는 국기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조차 몰랐어요.
◇태극기, 1883년에 조선의 국기가 되다
강화도조약을 맺고 나서, 조선은 국기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돼 국기를 제대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죠. 고종의 지시를 받은 김홍집이 역관 이응준에게 국기를 만들게 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국기가 바로 태극 문양에 8괘가 들어간 태극기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태극기는 1882년 5월 조선과 미국의 수호통상조약 때 사용됐죠. 1882년 9월 박영효는 고종의 명을 받아 특명대사 겸 수신사 자격으로 일본에 건너가게 됐는데, 그때 배 안에서 태극 문양 둘레에 8괘 대신 모서리에 4괘를 그려 넣은 태극기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해요. 이런 사실을 보도한 일본의 시사신보 1882년 10월 2일자 기사를 살펴보면 8괘 대신 4괘를 그리게 된 것은 박영효가 생각한 것이 아니고, 떠나기 전 고종이 그렇게 하도록 일렀다는 내용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 이듬해인 1883년 3월 6일, 고종은 왕명으로 태극 문양과 4괘가 들어간 국기를 조선의 정식 국기로 삼게 했죠.
이후 태극기는 도형의 통일성이 없이 사용되다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1949년 10월에 지금과 같은 형태와 규격으로 정하면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기가 됐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처럼 세계 나라마다 그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국기가 있어요. 다른 나라의 국기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아봅시다.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송명호(중부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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