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어린이는 뭐 하며 놀았지?
대나무 두 개에 발판을 만들어 말처럼 타고 달리는 죽마놀이
주사위 이용한 승경도·승람도 지금의 보드게임과 비슷하대요
내일은 우리 친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이에요.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존중하고 그들의 사회적인 지위를 높이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죠. 이날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에 색동회라는 모임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어요. 어린이날에 우리 어린이들은 부모님에게 선물도 받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재미난 놀이도 하지요. 그런데 지금처럼 다양한 장난감이나 재미난 컴퓨터게임이 없었던 옛날 어린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까요?
◇'이랴 말아 어서 가자'
조선시대 황해도의 어느 살림집에서 아이가 아버지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졸랐어요.
"아버지, 대말 만들어주세요."
"아버지 바쁘다. 논에 거름도 줘야 하고, 장에 나가야 해."
"친구들은 신나게 대말 타기 놀이를 하는데 저만 대말이 없어서 구경만 해요."
"대나무를 구해줄 테니 네가 한번 만들어보렴."
그로부터 얼마 뒤, 그 아이는 오랜 시간을 들여 아버지가 구해온 긴 대나무 2개에 각각 나지막하게 발판을 붙여 달았어요. 그리고 발판에 발을 올려놓고 대나무 위쪽을 양손으로 붙들고 열심히 걷는 연습을 했죠. 처음에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며 대나무 발판에서 떨어졌지만, 곧 발판에 발을 올려놓고 대나무 막대기를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죠. 아이는 대말에 올라타 신나게 앞으로 나아가며 이런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이랴 말아, 어서 가자. 조금 가다 죽 주마. 방귀 찍찍 뀌지 마라."
◇죽마놀이에서 죽마고우라는 말이
이렇게 대나무 막대기에 발판을 만들어서 그 막대기를 말처럼 타고 놀던 놀이를 대말 타기 또는 죽마(竹馬)놀이라고 해요. 여러 어린이가 줄을 지어 나란히 타기도 하고, 편을 갈라서 대마를 타고 일정한 지점까지 빨리 갔다 오기를 겨루기도 하죠.
▲ 그림=이창우
죽마놀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어린이들이 즐겨 하던 놀이였어요. 또한 그 역사도 무척 오래됐고요.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 말은 어릴 때 죽마를 타고 놀며 함께 자란 친구를 이르는 말이에요. 그 유래는 중국의 진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가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이미 죽마놀이를 했는데, 그것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죠. 고구려의 수산리 무덤 벽화에 대나무 말을 타고 걷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삼국유사에는 죽마를 타고 피리를 불며 놀았다는 기록이 등장하고요. 옛날 어린이들이 즐겼던 다른 놀이를 알아볼까요?
◇조선시대의 보드게임
"얘들아, 오늘 우리 집에서 승경도놀이 할래?"
"승경도놀이는 지난번에 했으니 오늘은 승람도놀이를 하자."
조선시대 어린이들이 했던 놀이 중에 인기 있는 것으로는 승경도놀이와 승람도놀이라는 것이 있어요. 승경도놀이는 9품에서부터 1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벼슬의 이름을 종이에 도표로 만들어놓고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대로 말을 이동해 누가 제일 먼저 가장 높은 관직에 오르는가를 겨루는 것이에요. 조선의 개국공신이자,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운 문신 하륜이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이순신 장군도 승경도놀이를 즐겨 했다고 해요.
승람도놀이는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놀이판에 적어 놓고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전국을 유람하는 놀이이지요. 승람도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전국의 명승지와 그 지역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어요. 두 놀이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건전한 놀이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칠교놀이도 옛날 어린이들이 집 안에서 즐기는 놀이 중 하나였어요. 7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의 도형을 이리저리 맞춰가며 동물, 식물, 건축물, 지형, 글자 등 여러 가지 사물의 모양을 만드는 놀이죠. 이 놀이를 하면 자연스레 지혜가 길러진다고 해서 칠교판을 '지혜판'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승경도놀이·승람도놀이·칠교놀이가 주로 양반층 아이들이 집 안에서 했던 놀이라면, 술래잡기·자치기·비석치기·팽이치기·제기차기 등은 주로 평민층 아이들이 하던 놀이였어요. 그 옛날 아이들은 집 마당이나 동네 골목, 동구 밖 당산나무 아래나 개울가에서 배고픈 것도 잊고,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았죠. 여자아이들은 실뜨기나 공기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고요. 이런 건전한 놀이를 통해 옛날 어린이들은 지혜와 협동심을 키워 밝고 건강하고 자라날 수 있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색동회는 이 땅의 어린이를 사랑했던 방정환 선생님이 중심이 돼 세운 모임이에요. 모임은 어린이 관련 행사를 하고 아동문학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이 밖에 방정환 선생님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 보세요.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감수=문미옥 아해한국전통문화박물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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