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인물] 디젤 엔진 발명으로 주목받았지만 "환경 오염 엔진"이란 비난도…

bindol 2021. 11. 5. 05:32

[5] 루돌프 디젤

 디젤 엔진을 만든 발명가 루돌프 디젤. /Corbis 토픽이미지지난주 유명한 외제차인 BMW의 디젤 차량이 유럽연합 기준치의 11배에 달하는 배기가스를 배출한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기가스량이 조작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가운데,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의 디젤 차량도 문제가 된 겁니다. 디젤 차량을 둘러싼 거센 폭풍이 폴크스바겐을 넘어 세계 자동차 업계 전체로 확산해갈 조짐마저 보여요. 지금은 이렇듯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디젤 엔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는 인류 기술 발전의 상징이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디젤 엔진을 만들어낸 루돌프 디젤은 사람들의 찬사와 함께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지요.

루돌프 디젤은 1858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독일 바이에른 지역 출신의 이민자들이었죠. 가죽 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가 열두 살 되던 해에 터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탓에 그의 가족은 영국 런던으로 추방되었어요. 그러자 디젤의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고향인 독일로 보냅니다. 그곳에서 친척들의 보호를 받으며 독일어를 익히기를 원했거든요. 독일에서 2년 만에 초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한 디젤은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디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기계를 움직이는 엔진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 증기기관과 가솔린엔진. 증기기관은 석탄을 때서 물을 끓이고 나서 거기서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엔진이었고, 가솔린엔진은 석유에서 뽑아낸 가솔린을 폭발시킨 힘으로 작동하는 엔진이었어요.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열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당시 증기기관은 사용한 연료의 약 10%, 가솔린기관은 약 20%만이 엔진을 움직이는 힘으로 쓰였거든요. 나머지는 대부분 뜨거운 열로 변해서 공기 중으로 사라져버렸어요. 디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엔진을 만들어냅니다. 가솔린엔진처럼 석유에서 뽑아낸 연료를 사용하되, 불꽃을 일으키는 대신 공기를 압축해서 연료를 폭발시켰어요. 이렇게 하면 열효율이 훨씬 더 높아졌거든요. 남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어요. 공기를 압축하기 위해 엔진은 커져야 했고, 작은 문제라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졌으니까요. 실제로 디젤이 처음 만든 엔진은 2�가 넘었고, 실험 도중에 폭발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어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면서 건강과 시력이 나빠졌지만, 결국 그는 수많은 실패 끝에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죠. 그리고 아내의 의견에 따라 그 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지요.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그의 엔진을 모방한 새로운 엔진들이 등장하면서 특허권 분쟁에 시달렸고, 증기기관과 가솔린엔진 제조업자들이 디젤 기관의 위험성을 부풀려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가 설립한 회사 안에서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루돌프 디젤은 1913년 영국에 세운 공장에 참석하기 위해 타고 가던 배 안에서 사라지죠. 그리고 10여 일 뒤,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어요. 그러나 경찰은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실패합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그가 개발한 엔진은 그 이름과 함께 남아 있어요. 비록 지금은 폴크스바겐 사건으로 '환경오염 엔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석유 대신 식물성 기름으로 디젤 엔진을 움직이는 '바이오 디젤' 기술이 연구되는 등 친환경 엔진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분 상식]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름 그대로 프랑스가 프로이센을 공격한 전쟁(1870~1871)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 국가였고, 프로이센은 독일 지역의 여러 국가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였죠. 그때까지도 독일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평소 영토 문제로 프로이센과 사이가 안 좋았던 프랑스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어요. 그러자 프로이센은 독일 지역의 다른 나라들을 하나로 묶어 전쟁을 치릅니다. 결국 프로이센이 전쟁에 승리했고, 독일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하나의 국가로 태어나게 되었답니다.

구완회 작가 '재미있다! 한국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