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육룡이 나르샤'… 정종은 왜 '육룡'서 빠졌을까

bindol 2021. 11. 6. 04:27

훈민정음으로 처음 쓰인 '용비어천가'
조선 건국 관련된 내용 노래로 만들어 세종 직계 조상의 생애·업적만 담고 있어요

요즘 월·화요일에 방송되는 드라마 중에서 '육룡이 나르샤'라는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제목의 '나르샤'가 어떤 뜻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지요. 나르샤를 외국인 이름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대요.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펴낸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글귀랍니다. 여기서 '나르샤'는 '날아오르셔서'라는 뜻의 우리말이지요. 오늘은 용비어천가를 펴낸 배경과 육룡(六龍)의 뜻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한글로 펴낸 첫 책 '용비어천가'

1443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든 뒤에 집현전 학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어요.

"우리 글 훈민정음을 지었으니 이를 널리 보급해야겠소. 우선 노래로 만들어 궁중에서 불리게 하면 좋을 것 같소." "어떤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면 좋겠습니까?" "조선 건국이 역사적 이치에도 맞고 백성들을 위해서도 올바르고 마땅한 것이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소." "그렇다면 조선 왕조가 오랜 역사와 준비 끝에 하늘의 뜻에 따라 생겨난 것임을 나타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대왕과 그 위 선조들의 업적을 나타내면 어떻겠습니까?"

"오! 좋소."

 그림=이혁

그때부터 정인지, 안지, 권제 등 집현전 학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노래 가사를 지을까 의논했어요. "조선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것이 우연한 기회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오."

"그렇다면 태조 대왕의 선조들부터 백성들을 위해 애쓰며 큰 공을 쌓은 덕에 조선이 세워진 것이라 하면 어떻겠소?" "좋은 의견이오. 선조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지으면 조선이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세워진 나라로 알려질 것이오. 전하께서 몹시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의견을 모은 집현전 학사들은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 이방원, 그리고 이들의 직계 선조들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 가사를 책으로 엮었어요. 이것이 바로 훈민정음으로 펴낸 첫 책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랍니다. 용비어천가는 용이 날아올라 하늘을 다스리듯 훌륭한 임금이 세상에 나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노래한다는 뜻이에요. 용비어천가처럼 궁중에서 나라의 공식 의례나 행사에 쓴 노래의 가사를 악장(樂章)이라고 해요.

◇육룡은 누구를 말할까요?

용비어천가에서 '육룡이 나르샤'라는 제목을 따온 드라마는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여섯 인물(이성계·정도전·이방원·나머지 3인은 지어낸 인물)을 육룡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 용비어천가에서 말하는 육룡은 이것과는 다르답니다.

용비어천가는 '해동 육룡이 나르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이 동부하시니'로 시작해요. 이를 해석하면 '해동에 여섯 마리의 용이 날아올라 하는 일마다 하늘의 복을 받으니, 중국 옛 어진 임금들이 한 일과 딱 들어맞는다'는 뜻이지요. 해동은 우리나라, 여섯 마리의 용은 여섯 임금을 의미해요. 여기서 육룡은 목조·익조·도조·환조·태조·태종, 이렇게 세종의 선조들을 말한답니다. 이성계의 아버지(환조)·할아버지(도조)·증조할아버지(익조)·고조할아버지(목조)는 왕이 아니었지만, 임금처럼 모시며 묘호(廟號)를 올려드린 거예요. 묘호는 임금이 죽은 뒤에 생전의 공덕을 기리어 붙인 이름을 말해요.

 훈민정음으로 펴낸 최초의 책 ‘용비어천가’는 세종의 직계 조상 6명의 업적을 통해 조선 건국은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Getty Images / 멀티비츠

원래 목조는 전주에서 태어나 살다 함경도 의주로 건너간 무인(武人) 이안사랍니다. 전주 이씨인 그가 함경도에서 세력을 키운 이유를 알겠지요? 이후 그는 원나라에 귀화해 다루가치라는 벼슬을 받아 함경도 지방을 다스렸어요. 이안사의 아들인 이행리(익조), 손자 이춘(도조)도 원나라 관직을 물려받았고요. 반면 이춘의 아들이자 이성계의 아버지인 이자춘(환조)은 고려 공민왕 때 고려 편에 섰어요. 그는 고려가 원나라의 쌍성총관부를 함락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이후엔 함경도 지방을 다스리는 최고 관직에 올랐답니다.

용비어천가에서 이성계의 직계 선조는 고조할아버지 목조부터 시작돼요. 목조가 하늘의 뜻으로 북쪽에 터전을 세우고, 익조가 여진족을 물리치고, 용이 도조에게 나타나 자손이 왕위에 오를 것은 예언하며, 환조가 쌍성에서 반역한 무리들을 누른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요. 태조 이성계의 조상들을 높이 찬양해 조선 왕조가 세워진 것은 마땅하다고 알리려는 정치적 의도를 엿볼 수 있어요. 조선의 2대 왕 정종은 육룡에서 제외되어 있지요. 그 이유는 정종이 세종의 직계 선조가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태종의 형이자 세종의 삼촌인 정종은 권력 다툼에 밀려 즉위 2년 만에 태종에게 물려주었죠. 1445년 세종은 자신의 직계 조상들(육룡)의 생애와 업적을 칭송한 노래 가사가 완성되자 무척 만족해 했어요. 여기에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을 붙인 이가 세종이라는 것, 여러분도 알고 있었지요?

[당시 세계는?]

세종의 할아버지인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것은 1392년이에요. 그로부터 ‘용비어천가’가 완성된 1445년까지 세계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을까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동양에서는 명나라의 환관 출신 정화가 인도네시아·인도·아라비아반도를 지나 아프리카 케냐에까지 함대를 이끌고 원정을 갔다 왔어요.

정화는 출발하기 전 명나라 황실의 돈으로 마련한 8000t에 이르는 거대한 배에 진귀한 물건을 가득 실었어요. 그리고 수많은 부하와 300여척에 달하는 배를 이끌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정화의 함대는 영국·스페인 함대가 다른 나라의 원주민들을 약탈한 것과는 달리 명나라 물건을 선물하고 답례품을 받아왔다고 해요. 정화는 대양을 넘나드는 항해 기록을 남겨 세계 역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답니다.

김지연 기자

지호진·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