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인물] 원자 내부의 비밀 밝혀낸 과학자… 日 최초 노벨상 받다

bindol 2021. 11. 6. 04:25

[7] 유카와 히데키

며칠 전 경제학상을 마지막으로 2015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끝났어요. 스웨덴 출신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으로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은 해마다 세계인의 관심을 끕니다. 올해는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에서 두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이어 물리학상을 2연패함으로써 과학 강국의 위상을 한껏 과시했지요. 이로써 일본 출신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24명이 되었는데, 그중 과학 분야 수상자가 무려 21명이랍니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역시 과학자였어요. 194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1907~1981)가 그 주인공입니다. 1907년 도쿄에서 태어난 유카와는 이듬해 교토대학 교수로 부임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교토로 이사하였어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외할아버지에게서 한문 교육을 받았습니다. 훗날 유카와는 이때 배운 한문 책들이 자신의 물리학 이론의 뿌리가 되었다고 말했어요. 연구가 막힐 때마다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나 장자 이야기가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고 합니다.

 1949년‘중간자’를 생각해낸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탄 유카와 히데키(왼쪽). 당시 받은 노벨물리학상(오른쪽). /Corbis 토픽이미지, 위키피디아

 

사춘기 시절 유카와는 부모 말을 잘 듣지 않아 한때 그의 아버지는 유카와를 대학에 보내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군요. 다행히 교토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한 유카와는 졸업 후에도 유학 가지 않고 일본에서 연구를 이어갑니다. 당시 일본은 세계적 과학자들에게 배운 유학파가 국내로 돌아와 과학의 기초를 튼튼히 닦고 있었어요. 일본 정부 또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노벨상 수상 직후에 일본을 방문한 아인슈타인은 한 달 넘게 일본 각지를 다니면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와 폴 디렉, 닐스 보어 등 아인슈타인의 뒤를 잇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도 줄줄이 일본에 와서 일본의 젊은 물리학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카와는 유학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겁니다.

유카와가 '중간자' 이론을 처음 발표한 것은 1934년이었어요. 그가 27세 때 일이죠. 원자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 원자뿐 아니라 중간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예측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물리학계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아직 일본 물리학계는 세계적 연구 성과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몇 년 뒤 미국의 물리학자들이 유카와가 예측한 중간자를 발견함으로써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세계 유수 대학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서고로 직행하던 일본 물리학 학회지가 갑자기 인기 도서가 될 정도였답니다.

유카와의 이론은 잇따라 실험으로도 증명되었고, 그는 1940년대 꾸준히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그리고 1949년, 유카와는 일본 최초 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어요. 아시아 지역 노벨상 수상자로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타고르, 역시 인도 출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라만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었지요.

42세에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는 물리학 연구를 계속합니다. 모교인 교토대학에서 젊은 물리학자들을 키워내는 것과 더불어 아인슈타인과 러셀이 주도하던 반핵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요. 63세에 교토대학을 정년 퇴임하고 나서 명예 교수가 되었는데, 이때부터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과 생명 현상에도 큰 관심을 가졌답니다. 퇴임 후에도 연구와 반핵 운동을 계속하던 유카와는 1981년 74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분 상식] '중간자'란?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세기 초반이었어요. 원자핵 또한 양성자와 중성자로 쪼개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1932년이었습니다. 유카와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중간자'라는 입자를 교환함으로써 결합을 유지한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다른 과학자들이 이것을 입증함으로써 중간자 이론을 완성하게 되었답니다.

구완회 작가('재미있다! 한국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