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8000년 전에도 배 타고 고래 사냥 했어요

bindol 2021. 11. 6. 04:28

[신석기 시대 나무배]

소나무 속 파서 만든 가장 오래된 배, 경남 창녕군 비봉리 신석기 유적에서 발견
울산에선 화살촉 박힌 고래 뼈 발굴도 배 타고 물고기 잡았다는 증거이지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 전시 중인 신석기 시대의 나무배 유물이에요. 약 8000년 전 것으로 추정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꼽히고 있지요. /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배를 일반 사람들에게 처음 선보였어요. 내년 1월까지 공개되는 이 배는 2005년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에요. 무려 8000년 전 배로 추정된다니 놀랍지요? 10년 전에 발굴된 유물이 이제야 공개된 것은 보존 처리 기간 때문이에요. 손상된 유물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수리하고, 원래 모습과 가까운 형태로 복원하기 위해 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했던 거예요.

도대체 8000년 전에 이 배로 무엇을 한 걸까요? 오늘은 신석기 시대로 여행을 떠나볼게요.

◇구석기·신석기는 누가 언제 구분한 걸까

아주 아주 먼 옛날, 한반도에 살게 된 사람들은 나무 열매나 뿌리를 캐서 먹거나 짐승을 사냥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마지막 빙하기가 지나고 비교적 따뜻한 기후가 찾아왔어요. 사람들의 지능이 발달하면서 돌을 갈아 더 날카롭게 만든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지요. 돌을 때려서 만든 이전 도구보다 훨씬 사냥에 유리한 도구를 갖게 된 거예요. 이런 도구로 더 많은 짐승을 잡을 수 있게 되자 식량이 남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남는 음식을 담기 위해 흙으로 그릇을 만들게 됐고 음식을 데워 먹기도 했지요. 잡은 짐승을 우리에 가두고 기르기도 했어요. 또 어떤 씨앗을 땅에 심으면 곡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돼 원시적 형태의 농사도 시작됐지요.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게 되자 이곳저곳 떠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어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강이 가깝고, 농사짓기에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사는 사람이 많아진 거예요. 땅을 파고 그 주변에 기둥을 세워 풀이나 갈대, 나뭇가지로 지붕을 엮어 살 곳을 마련했답니다. 이때가 바로 신석기 시대랍니다. 한반도에 신석기 시대가 시작된 때는 약 1만 년 전이지요.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구분은 누가 언제부터 했을까요? 우선 덴마크의 고고학자이자 박물관장으로 활동한 크리스티안 위르겐센 톰센이 1836년에 인류가 만들어 사용한 도구에 따라 석기·청동기·철기로 시대를 구분했어요.

그로부터 약 30년 뒤인 1865년에 영국의 은행가이면서 고고학자였던 존 러벅이 석기 시대를 구분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석기 시대가 너무 길다고 여긴 그는 돌을 떼어 만든 '뗀석기'를 썼던 때를 '구석기 시대'라 했어요. 그리고 돌을 갈아 만든 '간석기'를 사용했던 시대는 '신석기 시대'로 구분했답니다.

◇8000년 전에 배 만들고 고래 사냥한 신석기인

경남 창녕군 비봉리에서 나무배가 발굴되면서 우리나라에선 이미 신석기 시대에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됐어요. 이전에는 부산 동삼동 조개더미(패총)에서 발굴된 배 모양 토기와, 울산 대곡리 반구대의 바위에 그려진 배 그림을 근거로 신석기 때 배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었지요.

 그림=이혁

전문가들은 창녕군 비봉리에서 발견된 배가 소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이 배가 길이 약 3m, 너비 약 80㎝, 깊이 약 20㎝였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고요. 톱도 못도 망치도 없던 때인데 어떻게 소나무로 배를 만들었을까요? 나무의 한쪽을 불에 그을려 부서지기 쉽게 만든 다음, 날카로운 석기로 속을 파내는 방법을 썼다고 해요. 이렇게 나무속을 파내서 카누처럼 배를 만든 거예요. 약 7000~8000년 전에 이런 선박 제조 기술을 가졌던 나라는 드물다고 해요.

또한 비봉리에서는 약 1.8m 길이의 막대기(삿대)도 발굴됐는데, 이것으로 강바닥을 찍어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거예요.

한편 울산에서는 7000~8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촉이 박힌 고래 뼈도 발굴됐답니다. 신석기 시대에 고래 사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적이지요.

자, 이제 신석기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지요? 어떤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제조 기술력이 신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시 세계는?]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살았는지 보여 주는 세계유산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유럽 벨기에의 스피엔 고원에서 발견된 스피엔 플린트(부싯돌) 광산이 있어요. 비봉리에서 출토된 나무배와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6000년쯤 만들어진 곳으로, 면적이 초등학교 운동장 150여 곳이 들어가는 약 100만㎡에 달하지요. 신석기인들은 이 광산에서 사슴뿔을 이용해 단단한 차돌을 파낸 뒤, 도끼로 내리쳐 작게 조각을 냈어요. 그리고 이것을 원하는 모양으로 갈아서 부싯돌로 만들어 불을 피울 때 썼지요. 신석기인들의 지혜를 보여준 이 광산은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답니다.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김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