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물치지
요약 주희는 〈대학〉의 주석인 〈대학장구〉에서 격물치지를 보완해 격물치지보망장이라 했다. 이는 〈대학〉 원문 중 ‘그 뜻을 성실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아는 것을 극진히 해야 할 것이니 아는 것을 극진히 하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데에 있다’라는 구절을 간결하게 정리한 이론이다.
〈대학장구〉에 따르면 ‘치지재격물’이란 나의 아는 것을 이루고자 하면 사물에 나아가서 그 이치를 궁구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격물치지는 결국 마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격물치지의 해석은 주희의 즉물궁리설적 격물치지론이 오랫동안 통용되어왔다. 그리고 왕수인은 마음의 부정을 바로 잡아 회복하는 것이 그의 격물이요 마음을 발휘하여 모든 사물이 이를 얻는 것이 치지라고 주장했다.
격물치지에 관한 논의는 주희가 〈예기〉 중의 일편인 〈대학〉 , 이른바 〈고본대학 古本大學〉을 개정하여 〈대학장구〉를 지으면서 활발해졌다.
주희는 〈고본대학〉의 순서를 세 군데 이동하고 1자를 고치며 4자를 삭제하고 134자를 새로이 지어 경(經) 1장과 전(傳) 10장으로 구성된 〈대학장구〉를 만들었던 바, 그 논의의 핵심은 특히 전 5장의 격물치지보망장(格物致知補亡章)이었다. 주희는 〈고본대학〉에는 격물치지 조목에 관한 해석문이 빠져 있는 것으로 가정하여 성즉리(性卽理)의 체계에 따라 그 해석문을 보충하였다.
격물치지 해석문의 보충, 즉 격물치지보전은 〈대학〉 원문 중 "그 뜻을 성실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아는 것을 극진히 해야 할 것이니 아는 것을 극진히 하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데에 있다"(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라는 구절을 주희가 간결하게 정리한 이론이다.
〈대학장구〉에 따르면 그 이론의 주된 내용은 즉물궁리(卽物窮理)로 다음과 같다.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란 나의 아는 것을 이루고자 하면 사물에 나아가서 그 이치를 궁구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의 마음이 신령한 것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천하에 사물의 이치가 없는 데가 없지만 오직 이치에 궁진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므로 다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대학을 처음 가르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배우는 자로 하여금 천하의 사물에 나아가서 이미 아는 이치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궁구해서 극진한 데 이르는 것을 구하지 않는 것이 없게 하고, 힘을 쓰는 것이 오래되면 하루 아침에 확연히 관통하게 되어 모든 사물의 겉과 속, 정한 것과 거친 것이 이르지 아니함이 없고 내 마음 전체의 작용이 밝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이것이 사물의 이치가 구명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지혜가 지극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인식주관으로서의 마음의 이(理)와 인식객관으로서의 사물의 이가 상응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은 가능한데, 오늘 한 사물의 이를 탐구하고, 또 내일 한 사물의 이를 탐구하여 지식을 확충하면 자연히 우리는 활연관통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격물치지는 결국 마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현실적 인간은 기질지성(氣質之性)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불완전한 상태를 완전한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나의 밖에 있는 이를 궁구하여야 한다. 이것은 내 안에 있는 이를 아는 데 도움이 되며 기질지성을 본연지성(本然之性)과 일치시키는 데 유익하다.
격물치지의 해석에 관해 주희 이전에도 많은 주석이 있었으나 주희의 즉물궁리설적 격물치지론이 오랫동안 통용되어왔으며 많은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그런데 격물치지론에 있어서 주희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명(明)의 왕수인(王守仁)이다.
왕수인은 〈예기〉중의 〈대학〉 즉 〈고본대학〉을 그대로 인정하며 주희의 격물치지보망장은 불필요하다고 보았다. 격물치지의 해석문은 주희가 말하는 바와 같이 빠진 것이 아니라 〈대학〉 원문 중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왕수인은 격물치지를 심즉리 체계 안에서 설명하고 있다. 격물치지는 다름아닌 우리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모든 이는 내 마음에 있으며 사물의 바름과 부정도 내 마음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부정을 바로 잡아 회복하는 것이 그의 격물이요 마음을 발휘하여 모든 사물이 이를 얻는 것이 치지인 것이다. 왕수인이 주희의 설을 반대한 것은 격물치지설이 직접적으로 나의 마음에서 이를 구하지 않고 마음 바깥에서 이를 구하여, 외적 지식의 탐구에 급급해 결국 주체를 상실할 우려가 있는 주자학의 폐단을 시정하려고 한 것이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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