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실제 지도처럼 그리다가 위치와 방향만 간단하게 압축했어요
입력 : 2022.02.17 03:30
지하철을 타며 노선도를 자세히 본 적 있나요? 점과 선으로 이뤄진 지하철 노선도는 전기회로와 닮아 있는데요.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지하철 노선도를 만든 사람이 전기공학자이기 때문이에요. 노선도에는 어떤 수학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오늘날과 같은 지하철 노선도는 1931년 영국의 공학자 헨리 벡이 처음 만들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노선도는 실측에 가까운 런던 지도 위에 정거장의 실제 위치를 그려 넣은 모양이었어요. 역 간 거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고, 목적지까지 갈 때 어느 지역과 역을 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승객들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노선도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1920년대까지 런던 시민들은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대요.
헨리는 지하철 노선도에서 런던 지도를 걷어냈어요. 그리고 정거장을 원형의 꼭짓점으로, 그 사이를 잇는 노선을 변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런던 중심부에 실제로 몰려 있던 역의 간격을 노선상에서 넓히고, 외곽에 떨어져 있던 역의 간격은 좁혔어요. 단순히 정거장의 순서와 연결만 생각한 거예요. 곡선이었던 변을 45도와 90도 각도의 직선으로만 표시했답니다. 직관적인 노선도를 본 승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이후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헨리의 작품으로 모두 바뀌게 됩니다.
헨리가 지하철 노선도를 만든 원리를 '위상수학(topology)'이라고 해요. 공간 속 물체의 점·선·면 등 특성을 토대로 위치와 형상을 탐구하는 분야인데요. 모양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상이 달라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원리입니다.
예컨대 1·2·3 번호가 붙은 꼭짓점 세 개에 순서대로 선을 그어 하나의 도형으로 연결한다면, 점의 위치를 마음대로 이동시키며 이 점을 직선으로 잇든 곡선으로 잇든 같은 성질로 보겠다는 건데요. 고무줄 위에 점을 찍고 고무줄을 늘이든 줄이든 결국 같은 고무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됩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지하철 노선도와 실제 지도는 연결 상태가 같은 하나의 도형인 셈인데요. 지하철 노선도와 실제 지도를 비교하면 모양뿐 아니라 거리나 방위도 달라요. 하지만 실제 지도에 있는 역의 순서나 환승역은 같아요. 노선도와 실제 지도의 연결 상태가 같기 때문에 '위상적으로 같다'고 부를 수 있어요.
위상수학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는데요. 위상수학이 2차원이나 3차원에서의 정보를 위상(위치나 상태)학적으로 유형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사용하면 빅데이터를 쉽게 단순화할 수 있답니다.
지하철 노선도
오늘날과 같은 지하철 노선도는 1931년 영국의 공학자 헨리 벡이 처음 만들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노선도는 실측에 가까운 런던 지도 위에 정거장의 실제 위치를 그려 넣은 모양이었어요. 역 간 거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고, 목적지까지 갈 때 어느 지역과 역을 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승객들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노선도 때문에 지하철을 타면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1920년대까지 런던 시민들은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대요.
헨리는 지하철 노선도에서 런던 지도를 걷어냈어요. 그리고 정거장을 원형의 꼭짓점으로, 그 사이를 잇는 노선을 변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런던 중심부에 실제로 몰려 있던 역의 간격을 노선상에서 넓히고, 외곽에 떨어져 있던 역의 간격은 좁혔어요. 단순히 정거장의 순서와 연결만 생각한 거예요. 곡선이었던 변을 45도와 90도 각도의 직선으로만 표시했답니다. 직관적인 노선도를 본 승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이후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헨리의 작품으로 모두 바뀌게 됩니다.
헨리가 지하철 노선도를 만든 원리를 '위상수학(topology)'이라고 해요. 공간 속 물체의 점·선·면 등 특성을 토대로 위치와 형상을 탐구하는 분야인데요. 모양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상이 달라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원리입니다.
예컨대 1·2·3 번호가 붙은 꼭짓점 세 개에 순서대로 선을 그어 하나의 도형으로 연결한다면, 점의 위치를 마음대로 이동시키며 이 점을 직선으로 잇든 곡선으로 잇든 같은 성질로 보겠다는 건데요. 고무줄 위에 점을 찍고 고무줄을 늘이든 줄이든 결국 같은 고무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됩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지하철 노선도와 실제 지도는 연결 상태가 같은 하나의 도형인 셈인데요. 지하철 노선도와 실제 지도를 비교하면 모양뿐 아니라 거리나 방위도 달라요. 하지만 실제 지도에 있는 역의 순서나 환승역은 같아요. 노선도와 실제 지도의 연결 상태가 같기 때문에 '위상적으로 같다'고 부를 수 있어요.
위상수학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는데요. 위상수학이 2차원이나 3차원에서의 정보를 위상(위치나 상태)학적으로 유형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사용하면 빅데이터를 쉽게 단순화할 수 있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