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차현진의 돈과 세상] [59] 대통령과 자문 기구

bindol 2022. 2. 23. 06:05

[차현진의 돈과 세상] [59] 대통령과 자문 기구

입력 2022.02.23 00:00
 
 

보름 뒤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3월에 대통령을 뽑는 것은 62년 만이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이 3·15 부정선거다. 야당의 조병옥 후보가 선거 직전 갑자기 타계한 가운데 온갖 부정까지 더해져서 이승만 후보가 득표율 100%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4·19 혁명과 함께 무효화되고 그해 8월 재선거를 치렀다. 새로운 헌법에 따라 윤보선 후보가 제4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간접선거였다.

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 적도 있다.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것 역시 간접선거라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1981년 치른 제12대 대통령 선거였다. 유신헌법에 따라 이미 대통령직에 있던 전두환 후보가 개헌을 핑계로 다시 출마했다. 그러고 ‘대통령 선거인단’의 몰표를 받아 가볍게 당선되었다.

권위적 통치자일수록 소통을 강조한다. 간접선거로 당선된 전두환 대통령은 국정자문회의와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를 운영했다. 대통령이 ‘현자들의 모임’을 통해 한 수 배우겠다는 뜻이었다. 그 시초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경제과학심의회의다. 현행 헌법은 국가원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두고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헌법상 자문 기구들을 통해 각계에서 대통령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현자들의 고견을 듣는 데 헌법 기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끔 만나 사진 찍고 각자 3분 발언한 뒤 흩어지는 회의를 굳이 헌법에 담을 필요는 없다. 독일, 스위스, 스웨덴, 러시아 등을 본다면 헌법에 담아야 할 것은 자문 기구가 아니라 한국은행이다. 한은의 중립성을 헌법적 가치로 다루면, 약간의 국채 매입이 정부 뒤치다꺼리로 의심받는 일은 없다.

오는 25일은 전두환 후보가 제1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다. 헌법상 대통령 자문 기구 때문에 그가 소통을 잘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