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61] 방향타의 중요성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는 회전 반경이 작다는 것이다. 엔진의 폭발력을 전달하는 구동축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배터리에서 흘러나온 전기가 네 바퀴에 곧장 전달된다. 유턴과 주차가 쉬운 이유다. 운송 수단은 회전 반경이 작을수록 유리하다.
노예들이 노를 젓던 로마 시대의 갤리선은 회전 반경이 아주 컸다. 맞바람이 불면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15세기 후반 ‘방향타’가 발명되었다. 방향타, 즉 배꼬리에 붙은 널빤지를 움직이면 큰 배도 쉽게 방향을 튼다. 적도 밑에서 불어오는 강한 무역풍도 쉽게 뚫을 수 있다.
방향타를 단 포르투갈의 배가 아프리카 대륙 남쪽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됐다.
그러자 스페인이 다급해졌다. 금의 나라 인도로 가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거치는 대신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모험을 걸었다. 많은 물자를 실은 거대한 산타마리아호에 방향타를 달았다. 그리고 나침반을 믿고 항구를 떠났다.
이 배의 선장이 콜럼버스다. 콜럼버스가 석 달 뒤 육지에 도착했다. 그가 철석같이 인도라고 믿었던 그 땅에 도착하자 스페인은 부리나케 교황청에 그 사실을 보고했다. 인도로 가는 새 항로를 공인받기 위해서였다. 그때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거대한 대서양을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항로를 각각 인정했다. 이것이 1494년 맺어진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다.
이처럼 대항해의 시작, 지리상의 발견, 국제 조약의 탄생 배경에는 방향타의 발명이 숨어 있다. 배 크기에 비해 지극히 작은 물건이지만 엄청 중요하다. 폭풍우를 만났을 때 방향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배가 난파한다. 결국 뱃머리에 앉은 선장의 명운은 배꼬리에 달린 널빤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구석진 곳의 미미한 것까지 잘 다스려야 훌륭한 선장이다. 오늘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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