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금속인 원자번호 80번 수은(Hg) 원자핵에서 양성자 하나를 떼어 내면 원자번호 79번인 금(Au)이다. 어떻게 양성자 한 개 차이로 수은이 되거나 금이 되는가? 필자의 짧은 지식으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양성자가 80여 개나 되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양성자 한 개 차이로 부분적 전자배치 만이 아니라 전반적 전자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 원자의 세계에도 나비효과가 작용하는가? 그래서 아주 작은 차이로 은백색 액체금속인 수은이 되고, 황금빛 찬란한 금이 되는가?
양성자 80개 수준에서도 그러한데 100개 정도가 되면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그다지도 혼란한 원소를 기어코 만들어 냈다. 원소를 만들어 내다니! 호모 데우스로 불릴 만한 경이적인 호모 사피엔스다. 일반적으로 우라늄 다음에 있는 원소들을 초우라늄 원소라 한다. 그런데 원자로 안에서 원자번호 92번 천왕성 우라늄으로부터 93번 해왕성 넵튜늄과 94번 명왕성 플루토늄이 파생된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는 95번부터의 인공원소들을 초우라늄급 원소라 해도 되겠다.
원자번호 95번 원소부터 맨 마지막 118번 원소까지 24개 원소들을 명칭에 따라 네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①국가명에 따른: 아메리슘, 니혼늄 ②지역명에 따른: 더브늄, 하슘, 다름슈타듐, 모스코븀, 리버모륨, 테네신 ③대학명에 따른: 버클륨, 캘리포늄 ④인명에 따른: 퀴륨, 아인슈타늄, 페르뮴, 멘델레븀, 노벨륨, 로렌슘, 러더포듐, 시보귬, 보륨, 마이트너륨, 뢴트게늄, 코페르니슘, 플레로븀, 오가네손. 22개 원소들은 ‘ium’으로 끝나니 금속이라는 뜻이다. 테네신은 ‘ine’로 끝나니 플로린, 클로린, 브로민, 아이오딘, 아스탄틴이 있는 17족 할로겐 원소라는 뜻이다. 오가네손은 ‘on’으로 끝나니 네온, 아르곤, 크립톤, 제논, 라돈이 있는 18족 비활성 기체 원소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이름처럼 금속이고, 17족 할로겐 원소이고, 18족 비활성 기체원소일까? 알 수 없다. 일단 그렇게 이름 지어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향이 크다. 이들 인공원소들에 대해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원소를 만들어 명명했을 뿐이다. 초거대 입자가속기 실험실에서 서로 다른 원소들끼리 엄청난 에너지로 충돌시켜 만들어 내는 이 인공원소들은 있다가도 금방 없어진다. 그러니 정확하게 그 실체를 알기 힘들다.
캘리포늄과 칼슘을 충돌시켜 만든 맨 마지막 118번 오가네손은 어떤 원소일까? 이름대로라면 비활성 기체이어야 하지만 준금속일 것으로 예측된다. 만일 그렇다면 오가네슘이겠지만 2016년에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에서는 원소주기율표 흐름상 오가네손이라고 확정했다. 만일 한국인 과학자가 118번째 이후 금속으로 예측되는 원소를 찾거나 만들어 국가명에 따라 명명한다면 코리인(ine) 코리온(on)이 아니라 코리늄(ium)이 되겠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더 있을 원자번호의 상한을 126번, 137번, 155번 등으로 정하며 새로운 원소를 찾거나 만들려 하고 있다. 155번이라면 아직도 37개나 더 있다는 뜻이다. 설령 그렇게 만들거나 찾아서 알아내더라도 알아낼수록 알다가도 모들 일들이 더 많아진다. 이제 그만 알아도 될 터인데 앎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이 없다. 모름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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