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고전 속 정치이야기] 지인지감(知人之鑑)

bindol 2022. 4. 19. 05:33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사람이 원래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됐다면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공자에 따르면 인심의 험악함이 산천의 험악함과 같으면 하늘도 알지 못한다. 하늘은 춘하추동과 아침저녁을 구분하지만, 사람은 겉모습의 이면에 다른 면이 숨어있다. 겉으로 겸허하지만, 내심은 더욱 교만하거나, 겉으로 부족한 척할수록 자부심이 강하다. 겉으로 초조한 척하지만 이미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유약하다. 겉으로 화평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은 흉악하다. 육도(六韜) 선장편(選將篇)에서 여상(呂尙)은 무왕에게 ‘사(士)의 고저’를 아는 15가지 유형을 설명했다.

여상이 말한 표리부동한 자들은 다음과 같다. 1. 겉은 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리석은 자 2. 겉은 엄격하면서 속은 흐트러진 자 3. 겉은 선량하지만 속은 도둑놈인 자 4. 겉은 겸손하지만 속은 교만한 자 5. 겉은 절제하지만 속은 무절제한 자 6. 겉은 치밀하지만 속은 어설픈 자 7. 겉은 중후하지만 속은 경박한 자 8. 겉은 과감하지만 속은 주저하는 자 9. 겉은 용감하지만 사실은 비겁한 자 10. 겉은 관대하지만 속은 옹졸한 자 11. 겉은 믿음직하지만 사실은 쓸모가 없는 자는 버려야 한다. 그러나 반대도 있다. 12. 겉은 중구난방이지만 속은 충실한 자 13. 겉은 파격적인 성격을 남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일을 맡기면 뜻밖의 결과를 얻는 자 14. 엄격하고 냉혹하게 보이지만 속은 고요하고 성실한 자 15. 허약하고 볼품이 없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자는 쓸모가 있다.

뛰어난 안목이 없으면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여상이 말한 진면목 테스트 방법이다. 1. 질문했을 때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핵심을 짚어내는지 2.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3. 몰래 첩자를 붙여서 충성도를 확인한다. 4. 명백하게 드러난 행장이나 누구나 아는 질문을 해 그의 덕행을 확인한다. 5. 재물의 관리를 맡겨 청렴도를 확인한다. 6. 아름다운 여자로 유혹해 절조를 확인한다. 7. 일부러 어려운 일을 맡겨 용기를 확인한다. 8. 술에 취하게 해 취중의 태도를 확인한다. 물론 지금 사람들은 여상의 시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했다. 겉과 속이 같을 수도 없고 같다고 옳은 것도 아니다. 반드시 상대를 해칠 마음이 아니라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 진심을 감추는 것이 예의일 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선발하고 활용해야 하는 쪽에서는 항상 진심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교묘하게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이 지혜일 경우도 있고, 우둔한 척하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사로운 일일 경우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만, 조직이나 국가의 흥망과 관계가 있을 때는 달라진다. 나라를 망하게 한 사람이 한때는 충신이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 밖에도 고대 선현들은 ‘지인법(知人法)’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사람을 평가할 때 주의사항이 있다. 1. 통달한 사람이라면 남에 대한 예우를 관찰해야 한다. 2. 귀한 사람이라면 그를 추천한 사람을 관찰해야 한다. 3. 부유한 사람이라면 부자가 된 과정과 돈을 쓰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4. 귀가 얇은 사람이라면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5. 한가할 때 하는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6. 배우고 익히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해야 한다. 7. 어려우면서도 부당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 8. 천하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해야 한다. 이상을 팔관(八觀)이라 한다. 그것만으로 사람의 됨됨이와 진심을 알지 못하므로 적극적으로 시험해봐야 한다. 1. 기쁠 때의 절제력. 2. 오락에 대한 절제력. 3. 화가 날 때의 자제력. 4. 두려울 때의 용기. 5. 슬플 때의 인격. 6. 고통스러울 때의 의지력을 확인하는 것을 육험(六驗)이라고 한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지 못하면 그 제도가 해악으로 변한다.

경영자는 등용할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갖가지 방법으로 대상자의 인격, 덕행, 도덕성, 사고방식,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청렴성, 기지, 사상, 성실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