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의 슬픈 중국

전 인민을 생포한 최고 존엄의 정치 방역

bindol 2022. 5. 2. 04:55

전 인민을 생포한 최고 존엄의 정치 방역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04.16 09: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27회>

<봉쇄된 상하이에서는 거주민 전체에 대한 코비드 검사가 연일 반복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봉쇄 22일 동안 16차례나 검사를 받았다는 증언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twitter.com>

웬만한 국가보다 더 큰 2600만 인구의 도시가 봉쇄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식 제로-코비드 방역 독재가 세계시민의 경악과 공분을 사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GDP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2600만 인구의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도시다. 20세기 초반부터 오리엔트의 파리라 불리던 동북아의 경제 허브 상하이가 20일 가까이 봉쇄 상태에 놓여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 봉쇄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중공 중앙은 봉쇄 정책을 전국의 대도시로 확대해가는 추세다. 일본인 은행가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23개 도시에서 현재 2억 명 이상이 봉쇄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 밖의 사람들은 상하이 인구 2600만 명의 규모를 쉽게 체감하지 못한다. 2600만 명은 호주, 북한, 카메룬 등 국가 전체의 인구와 맞먹고,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와 엇비슷하고, 대만의 총인구수보다는 200만을 웃도는 숫자다.

만약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2600만 인구의 수도권 전 지역을 전격 봉쇄한 후, 전 주민에게 똑같은 음식을 배급하면서 반복적으로 PCR 검사를 강요하고, 조사 결과 양성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조건 범죄자 체포하듯 붙잡아 방역복을 입힌 채로 샤워 시설도 없는 열악한 조건의 격리 시설에 수용한다면, 과연 오늘날 한국인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순식간에 반독재 시민 연대가 결성되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근거로 정부의 무리한 방역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지 않을까?

<봉쇄되어 텅 비어버린 상하이의 차도>

안타깝게도 중국의 인민은 한국의 국민처럼 강력한 정치적 투쟁을 벌일 수가 없다. 9000만 당원, 486만개 기층조직을 갖춘 중국공산당 정부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저항적 시민사회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부당한 방역 독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고, 소규모 시민들이 뭉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선 방역 독재에 맞서기엔 그 역량이 미약하기 그지없다. 다만 방역 독재의 불합리와 모순을 직접 체감한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서 베이징 중앙정부에 대한 원망과 비판의식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도시 전체를 일시에 봉쇄하는 무지막지한 방역 정책은 극심한 인권유린과 2차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방역 독재의 2차 피해...주민들, 매일 검역소에 불려나가 검사받아

현재 상하이에서 진행 중인 제로-코비드 방역은 수많은 2차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봉쇄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활기차게 돌아가던 도시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막혀버릴 때 발생하는 2차 피해의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상하이의 주민들은 격리 상태에서 거의 매일 동네 인근에 설치된 간이 검역소에 불려 나가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상하이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4월 13일 하루에만 2만7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그중에서 불과 1190명(4.52%)만 증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핵산 검사 등으로 색출해내는 확진자들은 대다수가 무증상임에도 집을 떠나 격리 시절에 감금당해야만 한다. 검사는 거의 날마다 조직적으로 시행된다. 일례로 지난 4월 10일, 격리 중인 상하이 어느 법률회사의 대표 변호사 넬슨(Jared T. Nelson)과 그의 가족은 16번째 검사 결과를 받았다.

<변호사 넬슨의 트위터. “우리는 지난 밤 조사 결과를 온종일 기다렸고, 몇 분 전 밤 11시에야 음성 판정을 받고 매우 안심되었습니다. 이 봉쇄가 시작된 후 16번 차례 계속된 음성 결과입니다. twitter.com>

누구든 검사를 받고 나면 혹시나 양성 판정이 나올까 떨 수밖에 없다. 가족의 품을 떠나 열악한 조건에서 격리 수용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역의 명분 아래서 상하이의 가족들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있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셈이다. 가족의 기본원리를 무너뜨리는 처참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방역 독재는 수많은 불의의 피해자를 낳는다. 코비드-19와 상관없이 통원이나 입원 치료가 절실한 독거노인, 위중증 환자, 응급환자들은 전 도시가 봉쇄된 상태에선 생명이 위급할 수밖에 없다. 2006년도 상하이시의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에선 하루 평균 32만 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했고, 8만 명이 입원 상태였으며, 1560명이 수술대에 올랐다. 오늘날엔 그 수치가 분명 더 높을 텐데, 오미크론 변이를 박멸한다는 명분 아래 시진핑 정부는 오히려 더 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 규모를 생각해보면 진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게다가 전면적 도시 봉쇄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장시간 집안에만 갇혀 있다 보면 멀쩡한 사람들도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집안에서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광기에 휩싸일 수 있다. 결국 고층 아파트에 갇혀 있다가 격분한 시민들은 일제히 창문을 열고 허공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방역 독재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장시간 격리에 따르는 고통과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집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거나 고층 건물에서 투신해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2600만 명을 집안에 가두고 일제히 똑같은 음식을 배급해서 연명하게 하는 시스템은 개개인의 식생활 습관을 파괴하는 무지막지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모든 집의 부엌을 다 없애고 전 인민이 공동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도록 했던 대약진운동(1958-1962) 시대의 광란을 연상시킨다. 대체 상하이처럼 국제적인 최첨단의 글로벌 도시에서 어떻게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식량을 배급하는 발상을 할 수가 있는가? 아니나다를까 배급망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 음식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오는가 하면 대량의 음식이 쌓여서 썩어가는 상황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3월 28일 상하이의 동부의 펑센(奉賢)구에서 이웃에게 배급된 음식물을 나눠주는 동네의 지원자들. 지역에 따라 음식이 제때 잘 배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음식이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도 빈발한다. 또한 다량의 음식은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어 폐기되기도 한다. 사진/ AP>

양성 결과 받으면 증상 유무 관계 없이 강제 격리소에 감금

SNS를 타고 전 세계로 이어지는 상하이의 비극적 일상이 지구촌 네티즌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전신 방역복을 입은 어린이가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검역관들 틈에서 겁에 질려 방역 버스에 오르는 동영상이 트위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누구든 양성 결과를 받으면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강제 격리소에 감금되어야 한다. 그 결과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야 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인민 건강을 위해 핵가족의 인륜적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발상인데, 그 밑바탕에는 개체로서의 인간은 전체로서의 인민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집단주의가 깔려 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즉각적으로 구속되듯 집단 격리소로 송치되기 때문에 집안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은 버려지고 만다. 바로 그 동물들이 병균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 일부 검역관들은 직접 애완동물을 학살하고 있다. 고양이 떼를 그물에 넣어 길거리에 방치해 놓은 동영상이나 검역관들 여러 명이 개 한 마리를 작대기로 패 죽이는 동영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상하이 주민들의 원성이 증폭되면서 전면 통제를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제로-코비드라는 중공중앙의 완강한 정책 기조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오히려 시진핑 총서기 및 중공 중앙의 방역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력한 제로-코비드 정책의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일례로 칭화대학 교수 출신으로 현재 중국의 방역을 총괄하는 역학(疫學) 전문가 량완녠(梁萬年) 은 최근 “역동적 제로-코비드 정책은 중국의 인민을 우선시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중국 정부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혜택을 보장하는 정책”이라고 다시금 역설했다.

반면 무리한 방역 정책이 재난을 만들고 있다며 정부의 제로 코비드 정책을 비판한 한 법학 교수의 인터넷 격문은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제로-코비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선 중공중앙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야만 한다. 중국 밖의 분석가들은 시진핑이 연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정치 방역”을 하고 있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전신 방역복을 입은 작은 어린이에게 방역관들이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있다. 사진/트위터 동영상 캡쳐 https://twitter.com/JamesMelville/status/1512704404557860867 >

1980년대 중국 민주화의 심벌 후핑(胡平), 시진핑 방역 독재를 비판하다

“중공 당국도 제로-코비드가 지속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며, 서방의 백신을 대량으로 수입해야만 점진적으로 개방으로 가고 과도기를 지나 위드-코비드로 갈 수 있음도 모르지 않을 듯하다. 다만 현재 중국의 모든 사안은 시진핑이 혼자서 결정하고 있다. [모든 사안이] 일존(一尊, 일인의 존엄)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의 방역 노선은 시진핑이 친히 지휘하고 관리해왔다. 반년 지나 올해 가을 20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거행되기에 현재 상황에서 당국은 역동적 제로-코비드 정책을 견지할 수밖에 없고, 소위 정치 방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착안점은 무엇보다 정치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만을 생각하고 있다.”

상하이 봉쇄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4월 5일 뉴욕에 체류하는 70대 중반의 한 중국인 망명 정객이 미국 정부 소유의 국제 라디오 채널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의 대담 프로에 출연해서 남긴 말이다. 4월 12일 그는 다시 그 프로에 출연해서 더 강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왜 이 상황에서도 제로-코비드를 못 바꾸는가? 한 번 바꾸면 일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존 결정의 원칙을 그가 스스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일존이 사라지면, 그 역시 [인권유린으로 악명 높은] 친청(秦城) 감옥으로 가든지 심지어는 더 비참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급의 관원들도 모두 오로지 일존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반(反)중공 자유화 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이 노회한 망명 정객의 이름은 후핑(胡平, 1947- ), 1980년대 중국 민주화운동의 신화적 인물이다. 1979년 민주장(民主牆)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후핑은 1980년 11월 말 베이징 하이딩(海淀) 지구 인민대표대회 선거에서 베이징 대학 학생 대표로 선발되었다. 당시 베이징 대학 철학과 석사과정생이었던 후핑은 6096명(총유권자의 91.2%)이 투표한 선거에서 3467(총유권자의 52%)표를 얻어 과반수 이상을 확보한 유일한 후보자였다.

이 선거는 1979년 개정 헌법에 따라 다수 경쟁자가 입후보하고 청중 앞에서 공개적 유세를 통해 경쟁적으로 투명하게 치러진 중국 헌정사 최초의 진정한 민주적 선거라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선거 유세에서 후핑은 “표현의 자유, 특히 언론의 자유를 가장 기본적인 공민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해서 열광적인 성원을 얻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고 모든 것을 얻을 순 없지만, 표현의 자유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80년 11월 말 베이징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어서 별의 순간을 잡고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후핑, 이후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중국공산당의 해체를 부르짖는 반중공 자유화 운동의 선봉에 서게 되었을까? <계속>

<1980년 11월 17일, 저녁, 후핑이 참가한 경선. 단상의 후핑은 자신이 발표한 시론 “언론자유을 논함”을 주제로 답변회를 갖고 있다. 사진/hupi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