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만 홀로 강락에 부끄럽구나(吾人詠歌 獨慙康樂·오인영가 독참강락)
무릇 하늘과 땅이라는 것은 만물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요(夫天地者 萬物之逆旅·부천지자 만물지역려)/ 세월이라는 것은 영원한 과객이라.(光陰者 百代之過客·광음자 백대지과객)/ … 복숭아꽃·오얏꽃 핀 아름다운 정원에 모여(會桃李之芳園·회도리지방원)/ 여러 아우들은 준수하여 혜련(惠連)처럼 뛰어나거늘(群季俊秀 皆爲惠連·군계준수 개위혜련)/ 나의 노래만 홀로 강락에 부끄럽구나.(吾人詠歌 獨慙康樂·오인영가 독참강락)/ … 아름다운 작품이 없다면 어찌 고상한 회포를 펴겠는가?(不有佳作 何伸雅懷·불유가작 하신아회)/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는 금곡의 술잔 수를 따르리라(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여시불성 벌의금곡주수)
위 문장은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봄날 밤에 도리원에서 연회를 베풀며 지은 시의 서문)’의 일부이다. 이는 이백의 시를 그대로 부른 송서(誦書)이다. 송서란 서책을 읽는 듯이 소리하는 것이다. 이백은 복숭아꽃 오얏꽃 만발한 봄 밤의 동산에 친척과 동생들을 초대하여 주연을 베풀어 각기 시를 짓고서 그 시의 머리에 싣고자 그때 경위를 서술했는데, 바로 ‘춘야연도리원서’다. ‘惠連’은 중국 6조(六朝) 때 남송의 시인 사영운(謝靈運·385~433)의 친족 동생이다. 사영운은 집안 동생들과 모여 시 짓기를 했는데, 막내인 惠連이 그날 장원을 했다. 위 문장에서는 이백의 여러 동생이 그 옛날 사혜련처럼 시를 잘 짓는다는 말이다. ‘吾人詠歌 獨慙康樂’은 내 노래만이 사씨 집안 형제 중 맏형이며 문장을 가장 잘한 사영운에게 부끄럽다며 자신을 낮추어 동생들을 치켜세운다. ‘康樂’은 사영운의 자(字)이다. ‘金谷酒數’는 술 몇 잔일까? 3잔이다. 중국 서진 시대 문인 석숭(石崇)이 금곡(金谷) 수령일 때 고을 어르신들과 시회를 열었는데, 시를 못 짓는 사람에게 술 석 잔을 벌주로 마시게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집안 맏이인 필자에게 동생 세 명이 있었다. 바로 아래 남동생이 20대 때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돼 현재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 남동생 둘은 어릴 때부터 문장력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위 문장을 읽다보니 필자도 남동생과 친척을 불러 봄밤에 벌주를 마셔가며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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